[수도권]대법판결 앞둔 郭, 서울시 손잡고 ‘정책 대못박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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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제 담은 ‘서울교육공동선언’ 오늘 발표
교총 등 보수측 잇달아 불참 ‘반쪽 선언’ 그칠듯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박원순 서울시장,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과 공동으로 14일 선포하는 ‘서울교육희망공동선언’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선언은 서울교육이 나갈 방향을 결의하고 시민에게 공개 약속을 한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서울지부, 일부 구청과 교육의원은 시교육청이 진보성향 인사들과만 논의했다며 불참을 선언해 결국 반쪽짜리 선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 내부에서도 공동선언에 담을 내용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장학관들끼리 고성이 오가는 등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10일 오후 시교육청 장학관회의에서 ‘평생교육 관련 대학의 역할’을 논의하던 중 학교혁신과 소속 A 장학관이 여성인 미래인재교육과 소속 B 장학관에게 “입 다물라. 그러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소리쳤다. A 장학관은 회의가 끝난 후 B 장학관의 사무실을 찾아 주먹으로 때릴 듯한 행동을 취하기도 했다. B 장학관은 11일 병원에 입원했고, 그의 남편은 교육청을 찾아 A 장학관 징계를 요구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쯤 되면 다른 의견은 듣지도 않겠다는 ‘독재선언’이 아니냐”고 말했다.

선언의 추진 주체가 교육감 비서실인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보통 이런 사안은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추진한다. 이 때문에 대법원 판결을 앞둔 곽 교육감이 직을 상실해도 공약이 추진될 수 있도록 미리 손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선언에 대한 논의는 곽 교육감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시작됐고, 이후 박 시장이 공감하면서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선언 의제는 △친환경급식 안정화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희망교육 △민관협의회 제안 등 곽 교육감의 공약이자 진보성향 교육 단체들이 총선·대선 교육의제로 추진하는 것들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선거 준비부터 함께했던 시민사회가 약속 이행에 공동 책임을 갖고 있었기에 공동선언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공동선언 계획을 비서실로부터 전해들은 만큼 내부적으로 일부 담당 장학관을 제외하고는 내용을 잘 모른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강남 서초 송파 중랑 중구청 등 5개 구청과 서울교총, 보수성향의 시교육의원들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서울교총 이준순 회장은 “교육감 비서실 정책특별보좌관으로부터 지난주 ‘공동선언을 하니 오늘 중으로 문자로 과제를 보내주면 반영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뿐이다.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정문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도 “사회 각계각층이 어우러지지 않으면 그들만의 잔치다. 교육감 직 상실 이후 진보 교육정책이 추진될 토대를 마련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제는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초중학교 학급당 학생수 25명 이하 △초등학교 저학년 보조교사 배치 등은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교원 정원과 관련된 문제다. 또 자치구의 창의적 체험활동·학교부적응학생 지원센터 운영 의제는 막대한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한 것을 선언에 담는 건 포퓰리즘이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시#곽노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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