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내 사찰 주변 개발 규제가 풀린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설악산 지리산 북한산 등 20개 국립공원 내 사찰 188곳을 ‘공원 문화유산지구’로 지정해 지난달 29일자 관보에 고시했다”고 25일 밝혔다.
○ 개발 가능해진 국립공원 내 사찰 일대
공원문화유산지구란 국립공원 내 자연과 문화재(사찰 암자 비석 등)가 조화를 이룬 지역을 뜻한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자연공원법 개정을 통해 ‘자연보존지구’ ‘자연환경지구’ ‘자연마을지구’로만 나뉘던 국립공원에 공원문화유산지구를 신설해 포함시켰다. 이후 전국 국립공원 내 사찰 209곳을 대상으로 공원문화유산지구 지정 작업을 진행해왔다. 심의 결과 문화재를 보유하거나 전통적 가치가 높은 사찰 188곳이 문화유산지구로 지정돼 지난달 말 고시하게 된 것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환경부 고시에 따르면 국내 20개 국립공원 내 총 17.98km²(약 543만8950평)가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됐다. 전체 국립공원(6580km²)의 0.3%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 고시로 개발행위가 일절 금지됐던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내 사찰 일대(610만 m²·약 184만5371평)도 공원문화유산지구로 변경됐다. 주요 산별로 보면 △설악산 신흥사 51만96m², 백담사 57만4546m² △가야산 해인사 36만8330m² △지리산 법계사 4273m² △북한산 도선사 7만7398m², 망월사 15만5828m² △오대산 월정사 4만8055m² 등이다.
○ 환경 훼손 우려와 사찰 일대 입장료 부과 논란 커질 듯
문제는 이번 고시로 개발이 금지됐던 국립공원 안에 조만간 각종 사찰시설 건립이 시작되면서 생태환경과 경관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안에 위치한 사찰은 신축이나 증축이 사실상 금지돼왔다. 하지만 사찰 188곳 일대가 공원문화유산지구로 변경되면서 자연공원법 개정안에 따라 사찰 경내와 반경 300m 내에 문화재보호시설, 템플스테이 숙소 등 불사(佛事)에 필요한 각종 시설 신축이 가능해졌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한창준 공원계획과장은 “1967년 국립공원제도 시행 이래 처음으로 자연보존지구에 대한 제한이 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들은 “난개발로 국립공원이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불교계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너무 쉽게 규제를 풀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반면 조계종 측은 “그동안 규제가 지나쳤다”며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건립을 막기 위해 불사관리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된 사찰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협의해 사찰 반경 300m 안을 통과하는 등산객에게 입장료를 징수할 수 있게 됐다. 2007년 폐지된 국립공원 요금제가 사실상 부활하는 셈이어서 탐방객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원 최재훈 씨(38)는 “사찰을 보러 등산하는 것도 아닌데 입장료를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문화유산지구라도 문화재보호법 산지관리법 등 다른 법률로 개발행위를 제한받기 때문에 큰 훼손은 없을 것”이라며 “사찰들과 논의해 문화재에 가까이 지나갈 때만 입장료를 받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 국립공원 문화유산지구 ::
전국 20개 국립공원 내 문화재 보유 사찰 및 전통사찰(암자 포함) 경내와 반경 300m 일대. 과거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에서는 건축 등 개발행위가 금지됐지만 문화유산지구로 변경되면 문화재 보전과 불사에 필요한 신·증축 등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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