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려다 병 붙여”… 태국산 다이어트약 조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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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상샘계 부작용 속출에 경찰 수사 착수

부쩍 늘어난 체중이 고민이던 윤모 씨(27·여)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마음껏 식사를 하면서 살을 뺄 수 있다’고 소문난 ‘얀희 다이어트 약’(사진)을 구입했다. 윤 씨는 한 달 동안 6kg을 감량하며 효과를 봤지만 갈증이 계속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 부작용을 겪었다. 신경이 예민해져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종일 멍한 상태가 계속되자 윤 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다. ‘갑상샘(갑상선)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갑상샘 항진증)는 진단이었다. 의사는 “다이어트약에 갑상샘 호르몬제 성분이 포함됐을 수 있다”며 “갑상샘계 질환은 완치가 힘든 만큼 성분이 불확실한 다이어트약 복용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복용을 중단한 뒤 요요현상으로 체중이 10kg 늘었다는 윤 씨는 “성분도 모르는 약을 먹었다가 건강만 해치게 됐다”며 뒤늦게 후회했다.

해외 병원에서 제조한 다이어트 약이 국내에 불법 유통되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문제의 의약품은 태국의 종합병원인 ‘얀희 병원(Yanhee Hospital)’에서 제조한 것으로 시중에서는 ‘얀희약’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주로 태국에 거주하는 한인 판매자들이 인터넷 블로그나 다이어트 카페 등에 솔깃한 감량 후기를 올려두고 주문을 받아 한국으로 배송하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이 약은 갑상샘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신진대사를 활성화하고 신체가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하게 해 감량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인 의약품이 무차별 유통되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카페 공동구매를 통해 약을 구입했다는 대학생 김모 씨(20·여)는 “약을 복용한 뒤 일주일간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고 속이 메스꺼워 수시로 구토했다”며 “판매자는 단기간에 식습관을 고치지 않고 살을 뺄 수 있다고만 했지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 구매자는 다이어트 카페에 “약을 먹고 눈알이 돌출되는 갑상샘 안병증이 걸려 고민”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식욕억제제, 지방흡수 억제제 등을 함유한 일반 다이어트약에 비해 갑상샘 호르몬제를 함유한 다이어트 약은 체내 균형을 해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전숙 경희의료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갑상샘 호르몬제를 복용할 경우 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이 생기거나 뼈가 약해지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은 계좌 추적과 인터넷주소(IP) 등을 확인해 판매책을 쫓고 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다이어트약#얀희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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