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경기 부천시 도당고 3학년 이동민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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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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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집 3회씩 반복 풀이… 답이 하나인 수학문제 풀며 쾌감느껴
“수학을 하면 행복하다”… 막연한 꿈 대신 ‘수학교사’ 꿈 가져

《수영 자유형 1500m. 경기 부천시 도당고 3학년 이동민 군(17)이 수영선수로 활동하던 고1 시절 아침운동으로 헤엄치던 거리이다. 직선거리가 25m인 교내 수영장을 30회 왕복해야 했다. 10회만 지나도 이 군의 머리는 텅 비는 듯했다. 다리근육이 굳고 가슴속은 타는 듯했다. 물속인데도 땀이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영 중에도 온몸에 열이 오른 탓에 붉은 반점이 생기기도 했다.하지만 이 군은 매일 아침 1500m를 완주했다. 30회째에서 마지막 턴을 하고나면 ‘아, 고생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뿌듯함과 행복감이 밀려왔다. 고생 끝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이었다. 정말, 공부도 그러했다.》
○ 수영선수, 책을 집어 들다

8년간 수영 특기생으로 운동을 했던 경기 도당고 3학년 이동민 군은 이제 수학교사로 교단에 서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8년간 수영 특기생으로 운동을 했던 경기 도당고 3학년 이동민 군은 이제 수학교사로 교단에 서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수영을 처음 시작한 이 군은 ‘전국소년체전 지역평가전 부천시 수영대회’에서 6학년 때까지 4년간 초등부 자유형 50m, 100m 부문 1등을 하며 여덟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3 때는 ‘2009 MBC배 전국수영대회’에 참가해 중등부 자유형 50m 부문 전국 8등을 했다. 수영특기생으로 대학진학도 가능하다고 이 군은 자신했다.

고1 때부터 기록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3∼9월 수영대회에 5차례 참가했지만 자유형 50m 26.8초, 100m 58.8초라는 자신의 최고기록에서 1, 2초씩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경기가 끝난 날 저녁이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

고1 10월에 접어들자 수영을 계속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수영특기자로는 대학진학이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저처럼 운동하는 학생을 도와주는 체육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었어요. 수영특기자로 체육교육과를 가지 못한다면 공부를 통해 가는 수밖에 없었죠.”(이 군)

그해 12월 말, 이 군은 운동을 그만뒀다.

○ 꿈, 체육교사에서 수학교사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겨울방학에 접어들자 방황했다. ‘공부로 체육교사가 되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했지 구체적인 공부계획을 세우기조차 어려웠다. 영어, 수학 단과학원에 등록했지만 그마저도 잘 나가지 않았다.

‘프리스타일’이라는 농구 게임에 빠져 지냈다. 그간 수영연습을 하느라 수업을 등한시하다 보니 지난 고1 교과과정 중 모르는 부분이 아는 부분보다 더 많았다.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만 했다.

고1 때 반 38명 중 30등 내외의 성적이었던 이 군. 고2가 되자 그는 ‘1학기 중간고사 반 5등 이상’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수영으로 받지 못한 인정을 공부로는 받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났다.

고1 때 반 1등을 하던 친구와 무작정 친해지기로 했다. 수업내용 중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마음 편히 물어볼 멘토가 필요했다.

수학공부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언어, 외국어와 달리 답이 하나로 정확하게 떨어지는 수학문제를 풀어내면 묘한 쾌감이 밀려왔다.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친구들이 게임기를 집어들 때 이 군은 수학 문제집을 펼치려 노력했다.

결국 고2 한 해 동안 문과 수리 ‘나’형에 포함된 고1∼3 과정의 모든 내용을 공부할 수 있었다. 오전 2시까지 책상 앞에 앉아 수학문제집을 푸는 날이 잦았다. 한 번 풀고난 문제집을 버리면 아깝다는 생각에 수학 문제집을 3회씩 풀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공부였지만 수학만큼은 뒤처진 진도를 따라잡고 오히려 고3 과정 선행학습까지 마칠 수 있었다.

고2 6월 수능 모의고사에서 수1 행렬과 로그개념이 복합된 문제가 출제됐다. 당시 학교 진도로는 로그 단원을 배우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 군은 풀어낼 수 있었다.

친구로부터 공부 코치를 받던 이 군은 반년이 지나자 다른 친구들에게 수학공부법을 가르쳐줄 만큼 성장했다. 공부는 수영과는 또 다른 쾌감을 선물해주었다. 1학년 1학기에 55점이던 수학점수는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97점으로 올랐다. 고1 때 ‘뒤에서 4, 5번째’였던 반 석차는 고2 2학기 중간고사에선 4등으로 올랐다.

고2 1학기 말, 목표로 하던 동국대 체육교육과는 입시 정시전형에서 수리영역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언어와 외국어를 중심으로 계획한 공부진도를 맞추기 위해 수학이 아닌 다른 과목 공부만으로 하루를 보낼 때는 우울했다. 수학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전 과목 평균 석차가 떨어져도 수학성적이 오르면 행복했다.

“그때 깨달았어요. 수학을 하면 행복하다고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체육교사라는 막연한 꿈 대신 수학교사라는 새로운 꿈을 가질 수 있었어요.”(이 군)

이 군의 목표는 공주사범대 교육학과에 들어가는 것. 대학 2학년이 되어 수학교육학을 복수전공해 수학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글·사진 함승연 인턴기자 argu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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