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대학 탐방]서울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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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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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특성화大’ 장점에 ‘일반대 전환’ 자부심 더해

과학기술 분야에 특성화된 일반대. 서울과학기술대가 올해부터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바뀐 이유다. 기업과 현장 중심의 산학협력을 통해 같은 규모의 대학에서는 취업률이 전국 1위다. 올해 등록금은 실질적으로 40% 정도를 인하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제공
과학기술 분야에 특성화된 일반대. 서울과학기술대가 올해부터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바뀐 이유다. 기업과 현장 중심의 산학협력을 통해 같은 규모의 대학에서는 취업률이 전국 1위다. 올해 등록금은 실질적으로 40% 정도를 인하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제공
서울 노원구의 서울과학기술대 교정에서는 교복 점퍼를 입은 학생들이 다른 대학보다 눈에 많이 띈다. 검은 바탕에 학교의 영문명이 적힌 야구 점퍼다. 지난해까지 산업대였다가 올해부터 일반대로 바뀌면서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과기대는 2010년 서울산업대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교명에 그치지 않고 실제 학교 유형까지 일반대로 변신하기 위해 착실하게 준비를 했다. 대학 진학률이 낮던 1970, 80년대에는 사회인의 재교육과 평생교육이라는 운영 방침이 적절했지만 이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 신입생 환영회부터 달라진 분위기

올해 신입생 환영회는 예년과 다른 점이 있었다. 공대의 경우 신입생 전원이 참석해 경기도에 있는 대형 콘도의 방과 식사가 모자랐다. 작년까지는 참석률이 90%를 넘은 적이 없었다. 다른 학과도 마찬가지였다.

최성진 입학관리본부장은 “내가 선택한 학교라는 자부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대 입시는 일반 4년제 대학의 가, 나, 다군 전형과 별도여서 일반대에 탈락하고 오는 신입생이 적지 않았다. 올해는 수많은 일반대 가운데 선택해서 경쟁을 벌여 합격했으므로 애정과 소속감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말했다.

이에 따라 학생 구성이 다양해졌다. 산업대 시절에는 여학생이 드물었지만 올해는 30% 정도로 크게 늘었다. 건축학과는 여학생이 절반을 넘어 교수들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과학기술 분야에 강한 일반대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과학중점학교를 졸업한 지원자도 크게 늘었다. 출신 지역이 다양해진 이유다.

남궁근 총장은 “최근 경기 지역 25개 고교의 교장선생님을 만났더니 올해 우리 학교에 지원자가 없는 고교는 2곳뿐이더라. 일반대로 전환하면서 일선 고교와 학생들의 관심이 커진 것이 실감 난다”고 말했다.

○ 산업대 강점으로 특성화 대학 도약

서울과기대는 일반대가 됐다고 함부로 학과를 늘리지 않았다. 산업대의 강점을 최대한 지키면서 과학기술 분야에 특성화된 새로운 일반대의 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물론 일반대 전환을 추진한 초창기에는 인문 사회 분야의 학과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서울과기대보다 규모가 작은 지방대에도 소위 문사철(文社哲) 학과가 다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식 종합대’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학과를 신설하는 대신 인문대에 기초교양학부를 강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인문학 철학 사회학 음악 등을 담당하는 30여 명의 교수가 이공계 학생들에게 풍부한 소양을 길러주는 방식이다.

정규 교육과정 외에도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수시로 가동된다. 교내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월요음악공감’은 유명 오케스트라나 성악가, 국악인을 초청하는 행사. 다양한 공연이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발길이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총장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분기마다 학과장들이 투표로 추천 도서를 정하면 총장과 학생들이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다. 문예창작학과가 주도해 신경숙 씨 등 유명 작가를 초청하는 ‘문학의 밤’ 행사도 인기다.

이명아 도자문화디자인학과 교수는 “향후 몇 년 내에 스토리텔링 같은 분야가 최대 직업이 될 것에 대비해 글쓰기 교육도 철저하게 시킨다”면서 “이공계 학생들이 다른 분야의 사람과 협업하는 능력을 키우고, 인문이나 예술 교육을 통해 시너지를 얻도록 가르치는 것이 우리 대학의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서울과기대가 이런 특성화 전략을 택한 이유는 산업대 시절의 강점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산학협력에 강한 면모는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가 신설한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 지원 대상 선정에서 빛을 발했다. 현장밀착형 모델로 이 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앞으로 5년 동안 지원 받는다.

산학협력에 미숙한 다른 대학이 ‘대학 중심의 산학협력’ 계획을 만들었지만 서울과기대는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업 중심, 현장 중심의 산학협력’을 제시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구로디지털단지와 파트너십을 맺어 학생들이 1년간 현장에서 실무를 배우게 하는 코업(Co-op) 과정도 서울과기대만의 특징이다.

○ 학생 친화적인 혜택도 최강

서울과학기술대는 학생들을 위해 기초교양학부를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사진은 교내에서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월요음악공감’ 행사. 총장과 학생들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도 인기다. 서울과학기술대 제공
서울과학기술대는 학생들을 위해 기초교양학부를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사진은 교내에서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월요음악공감’ 행사. 총장과 학생들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도 인기다. 서울과학기술대 제공
서울과기대 출신의 취업률은 다른 일반대와 비교하면 더욱 돋보인다. 졸업생 3000명 이상의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3년 연속 1위다. 지난해 취업률은 73.5%로 4년제 대학의 평균 취업률(50% 중반)을 훨씬 웃돈다.

등록금과 장학금 혜택도 매력적이다. 올해 연간 등록금은 수치상으로 지난해보다 6.6% 내렸지만 학교의 발전기금과 정부 지원금을 투입해 실제 인하 효과는 40% 정도로 추산된다. 수도권 대학의 등록금 평균이 845만 원인 반면 서울과기대는 500만 원 남짓이다.

또 기숙사 수용 능력이 뛰어나 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이 적다. 서울 시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활한 평지 캠퍼스(약 51만 m²) 덕분이다. 현재 아파트형 최신식 기숙사는 1600명이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900명 규모의 기숙사를 한 동 더 지을 계획이다.

기숙사는 지방 출신 위주로 운영하지 않는다. 지역 안배보다는 고학년을 배려해서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등하교에 쓰는 시간을 줄이도록 했다.

서울과기대는 중장기적으로 로봇과 헬스케어 부문을 특성화의 대표 주자로 삼으려고 한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이 융합된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 남궁근 총장 인터뷰 “입학사정관제 선발 늘려 신입생의 47.8% 뽑을 것” ▼

“우리는 서울에 있는 대학 가운데 유일한 국립대입니다. 인재대국이라는 뜻에 부합하기 위해 학생 선발도, 교육도 정말 잘해야 합니다.”

남궁근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사진)은 지난해 10월 취임한 뒤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인재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했다.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탈바꿈하면서 학부 교육의 틀을 새롭게 짜려고 고민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특히 서울대가 법인화된 이후 서울의 유일한 국립대가 됐다는 사실에 큰 사명감을 느낀다고 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올해 입시부터 전체 모집인원의 47.8%까지 확대한다는 결정도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회장이던 조효완 전 은광여고 교사를 입학사정관 실장으로 영입해 전형을 대폭 손질했다.

남궁 총장은 “국립대는 교과 성적뿐 아니라 출석과 같은 비교과 항목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학사정관제 확대는 갑자기 결정하지 않았다. 지난 4년간 교수입학사정관 35명을 양성하는 등 도구와 자료를 충분히 쌓아 왔기에 가능한 일이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서울과기대는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신입생을 위해 영어와 수학 시험을 봐서 수준별 반 편성을 했다. 담당 교수들은 이들을 꾸준히 챙겼다. 이런 식으로 맞춤형 지도를 했더니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학생들이 대체로 졸업할 때 성취도가 높았다고 서울과기대는 설명했다. 입학사정관제 선발 인원이 늘어도 이런 맞춤형 지도와 관리 시스템을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어떤 학생을 뽑고 싶으냐는 질문에 남궁 총장은 “학교생활이 계속 진취적으로 향상되는 학생을 원한다. 리더십이 강한 학생들이 다양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모습을 꿈꾼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학생을 모아서 글로벌 융복합형 인재로 키우겠다고 했다. 세계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들자는 뜻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과학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예술적 소양을 모두 갖춘 학생이 경쟁력을 발휘하므로 융합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일반대학이 치열한 국제화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그는 “현재 개별 학과마다 다양한 국제화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국제여름학교를 짜임새 있게 운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 비율, 영어 강좌도 적극적으로 늘려 글로벌 지수를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 서울과학기술대 역사


1910년 공립어의동실업보습학교 개교
1931년 경성공립직업학교로 개편
1944년 경기공립공업학교로 개편
1968년 국립학교로 전환
1974년 경기공업전문학교로 교명 변경
1983년 경기공업개방대학으로 개편
1988년 서울산업대학으로 교명 변경
2010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로 교명 변경
2012년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대학탐방#서울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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