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주변에 개들이? 동네 개 다루듯 했다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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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유기견 50∼100마리 추정… 3∼7마리씩 무리지어 다녀
“생명 위협” 민원 잇따라… 공단측 대대적 포획 나서

21일 북한산 탕춘대 능선 일대에 유기견들이 모여 있는 모습. 이들은 먹이를 얻기 위해 등산객들에게 접근하거나 때론 위협한다. 산속에서 살며 야생성이 강해져 소리를 치거나 개를 쫓는 행동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21일 북한산 탕춘대 능선 일대에 유기견들이 모여 있는 모습. 이들은 먹이를 얻기 위해 등산객들에게 접근하거나 때론 위협한다. 산속에서 살며 야생성이 강해져 소리를 치거나 개를 쫓는 행동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모 씨(67)는 3일 북한산 족두리봉과 향로봉 사이를 오르다 깜짝 놀랐다.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으려는 순간 커다란 들개 3마리가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다. 굶주린 듯한 개들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김 씨를 노려봤다. 김 씨는 서둘러 간식을 가방에 넣고 자리를 옮겨야 했다. 김 씨는 “언제 달려들지 몰라 불안했다”며 “자칫 등산 중 낙상사고가 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산 내 들개가 증가하면서 등산객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북한산국립공원에 무리지어 생활하는 유기견이 최근 50∼100마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7일 밝혔다.

[채널A 영상] “들개 잡아라” 등반객 위협 북한산 유기견 포획작전

북한산 내 들개들은 3∼7마리씩 무리지어 생활하며 곳곳에 출몰한다. 공단 측은 “이들은 대부분 유기견(遺棄犬)”이라며 “북한산에 몰래 버려진 개들과 북한산 일대 마을에 살던 개들이 먹이를 찾아 산으로 올라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들 등 덩치가 작은 애견은 거의 없고 대형견이 대부분이다.

27일 현재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30건 이상의 민원이 올라와 있다. 최영실 씨는 “북한산을 돌아다니는 들개로 생명에 위협을 받았다”며 “북한산성에서 대남문으로 가는데 개가 쫓아와서 으르렁거리고 계속 노려보며 위협했다”고 밝혔다. 북한산 문수사, 일선사의 스님들도 하소연을 하고 있다. 한 스님은 “개들이 사찰 앞에서 먹이를 달라고 짖거나 새벽에 불쑥 튀어나와 놀라게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이 유기견들이 산속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경우도 있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유기견 새끼들은 야생성이 강해 성장하면 등산객을 물 가능성이 높다. 또 유기견들이 쥐 등 야생동물을 잡아먹으면서 각종 전염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공단은 19일부터 마취총과 포획 틀 등을 이용해 북한산 유기견을 대대적으로 포획하고 있다. 수의사를 포함한 공단 직원들은 4인 1조로 유기견을 탐색한다. 유기견들은 여성과 노인, 어린이에게 잘 접근하는 반면에 제복을 입은 공단 직원들이 다가서면 도망가기 때문에 10m 이내로 접근한 후 마취총을 쏜다. 장갑 등 안전장비를 착용한 공단 직원이 개를 그물로 덮으면 수의사가 마취상태를 확인한 후 상자에 담아 산 밑으로 이송한다. 포획한 유기견은 동물구조관리협회에 보낸다. 양기식 국립공원관리공단 환경관리부장은 “유기견들이 끊임없이 국립공원 지역으로 들어오고 있어 포획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북한산#유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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