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구 수도사 혜운 주지스님은 20일 “인천 사람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열과 성을 다하면 인천이 제일 살 만한 곳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선홍 기자 sunhong@donga.com
도심 속 사찰이어서 혜운(속명 김용복·75·수도사 주지) 스님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와 인터뷰하는 데 8개월의 시간이 흘러야 했다. 다짜고짜 왜 인터뷰를 안 하느냐고 물었다. “오른손 하는 것, 왼손이 모르게 하라 했습니다. 불교의 보시는 무주상(無住相)입니다. 제가 평생 중생과 함께 봉사하겠다고 출가했는데 무슨 한 일이 있다고 말을 합니까. 제가 살아 온 길은 다 지난 것인데….”
그는 인터뷰 내내 ‘쓰지 말라’는 주문을 자주 했다. 왜 출가했는지가 궁금했다. “어린 시절 해인사에 들렀다가 주지 스님의 설법을 통해 불교에 자리이타(自利利他)라는 사상이 있음을 알았지요.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자신을 찾는 것이고 봉사라는 것을 알게 됐지요.”
전국 사찰을 돌며 깨달음을 얻다가 1968년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인천 남구 석암산에 수도사(修道寺)를 창건했다. 수도사 자리는 1933년 벽해 스님이 토굴에서 기도했던 곳이다. 원래 지명은 휴양산이다. 이후 1972년에 미륵불상을 중건하고 석탑과 범종 등을 세워 지금은 3000평 대지에 2000평 건물 규모로 인천의 대표 사찰이 되었다.
그는 불교계의 최고원로 격인 한국불교승정이며 대종사이다. 한국불교신문사 사장, 국정자문회의 위원을 지냈고 14, 15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으로 인천불교연합회장을 18년여 수행했다. 종교인으로 그는 인천시장 문공부 장관 대통령 표창, 국민훈장목련장 동백장 등 수많은 훈포장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상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 또한 주인이 없는데, 어차피 내 것이 아닌데 뭘 자랑하고 집착하겠습니까. 빌려 쓰다가 가는 겁니다.”
인천으로 화제를 돌렸다. “인천이 잘돼야지…. 인천은 지방색이 없는 곳입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곳입니다. 하지만 늘 걱정되는 것은 북한입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 어쩐다 하는데 강화도에 가보세요. 10분만 헤엄치면 강 건너가 북한입니다. 국가안보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통일을 확신합니다. 동서독의 경우에서 보듯 남한이 잘살면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들이 이곳으로 옵니다. 인천은 통일의 중심지입니다. 이곳에는 통일되면 맨발로라도 고향으로 달려가려는 황해도 함경도 등 이북 출신 실향민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한 번쯤은 고향을 보게 해야지요. 그러자면 우리가 잘살아야 합니다.”
그는 늘 인천을 챙긴다. 중앙정부 원로자문회의에서도 인천을 강조한다. “인천 토박이가 역차별당한다고요? 아닙니다. 스스로 실력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밥을 먹을 것인지, 보기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입니다. 경험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고 남을 탓하는 것은 비겁하지요. 노력해야 합니다.” 그는 최근 경제적 약자를 돕는 인천 사회적은행 고문직을 맡았다. 얼마를 기부하셨냐고 했더니 벌컥 언성을 높였다. “어차피 내 것이 아니라니까.”
‘불교가 뭐냐’고 물었다. “‘입차문래 막존지혜(入此門來 莫存智慧·이 문에 들어올 때는 알음알이를 가지지 말라)’란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면 마음은 흰 천과 같습니다. 머리 깎고 귀의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인, 사업가, 학생, 주부로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노력하면 길이 보이고 좋은 결실을 맺을 겁니다. 물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도 잊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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