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얼굴빼곤 다 가짜였던 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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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女에 결혼빙자 돈 뜯고… 상견례 부모-집문서-수표 ‘가짜’

사기로 먹고 살아온 김모 씨(35)는 수시로 가짜 직업을 만들었다. 지난해 3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채모 씨(37·여)를 애인 관계로 만날 땐 무역회사 사장 행세를 했다. 채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는 사업자금을 빌미로 수십 차례에 걸쳐 3800만 원을 빌렸다.

하지만 회사에 출근조차 하지 않는 것을 의심한 채 씨가 빌린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자 김 씨는 채 씨 명의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위조해 선물했다. 김 씨가 아파트 입주를 미루자 채 씨는 다시 의심을 시작했다. 다급해진 김 씨는 은행 입금표를 위조해 채 씨에게 돈을 넣은 것처럼 꾸몄다.

통장에 돈이 안 들어온 것을 채 씨가 확인하자 김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웹 디자이너 배모 씨(26)와 함께 컴퓨터와 컬러복합기를 이용해 10만 원권 수표 8장을 100억 원권 3장과 1억 원권 5장으로 위조해 채 씨에게 빌린 돈을 갚았다.

하지만 채 씨가 김 씨에게 받은 가짜 수표를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김 씨의 사기행각은 결국 덜미를 잡혔다. 채 씨는 김 씨가 상견례 때 자신의 부모라고 소개했던 사람들도 역할 대행업체에서 고용한 ‘가짜’란 것을 경찰 조사에서 뒤늦게 알게 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김 씨를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이를 도운 배 씨를 불구속 입건해 여죄를 추궁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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