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의 드림로드]“페달에 힘주면 꿈이 달려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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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로드’ CF 재능기부한 백종열 감독, 스리랑카서 만난 11세 소녀 계속 후원
“그곳에선 등굣길이 가장 행복한 시간”

백종열 감독이 지난달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지난해 11월 스리랑카에서 만난 아비나야와 그의 동생을 직접 그린 그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백종열 감독이 지난달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지난해 11월 스리랑카에서 만난 아비나야와 그의 동생을 직접 그린 그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어린이재단과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3세계 어린이 자전거 보급캠페인 ‘두 바퀴의 드림로드’ 홍보 CF의 한 장면. TV 화면 캡처
어린이재단과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3세계 어린이 자전거 보급캠페인 ‘두 바퀴의 드림로드’ 홍보 CF의 한 장면. TV 화면 캡처
지난해 11월 백종열 감독은 반나절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스리랑카 북부 킬리노치 지역으로 향했다.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자전거를 지원하는 어린이재단과 동아일보 공동 캠페인 ‘두 바퀴의 드림로드’의 홍보 CF를 제작하기 위해서였다. 백 감독은 광고제작사 ‘617’의 대표로 현대카드 ‘놀라운 이야기’ 시리즈, SK텔레콤 ‘생각대로T’ 시리즈 등 유명 CF를 제작한 광고계의 ‘스타감독’이다.

백 감독은 그곳에서 미소가 예쁜 소녀 아비나야(11)와 두 동생을 만났다. 1월 말 서울 강남구 논현동 617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백 감독은 “처음 CF 모델로 캐스팅할 때만 해도 얼굴에 구김살이 없어 어느 정도로 형편이 열악한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이들 집을 가봤는데 다섯 가족이 나란히 눕기에도 부족한 크기였어요. 움막은 담장도 없는 허허벌판 위에 서 있었고요. 그런 상황에서도 밝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순간 제 안에서 뭔가가 일어났죠.”

촬영 스케줄이 빡빡한 가운데 틈을 내 스리랑카로 간 탓에 아비나야 자매와 광고를 찍은 기간은 고작 반나절뿐이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백 감독과 아비나야 자매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맨발로 등교하는 것을 본 백 감독은 직접 아이들의 발 크기를 확인해 한국에 돌아와 하얀 운동화를 사 보냈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고 싶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태양열 랜턴도 보냈다. 요즘은 백 감독이 직접 계좌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모금을 받고 있다.

백 감독은 “운동화를 보낸 뒤 아비나야에게서 편지를 받았는데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고 했다. 아비나야는 편지에 자전거가 없을 때 슬픈 표정을 지은 자신의 모습과 자전거를 받은 뒤 활짝 웃는 자신의 모습을 나란히 그렸다.

백 감독은 스리랑카에서 돌아온 뒤 흑백 영상에 흰 교복을 입고 자갈길을 걷는 아비나야 자매의 모습을 담은 광고를 완성했다. 광고는 ‘스리랑카에 자전거를 보내주세요. 아이들에게 꿈을 보내주세요’라는 문구로 마무리된다. 박웅현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어린이재단 측의 제의로 처음 참여했고, 이후 백 감독과 스태프 김민철 TBWA 카피라이터 등이 대가 없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광고에 나온 음악 ‘메디테이션’ 역시 일본인 작곡가 유키 구라모토 씨 측이 “좋은 일에 쓰이길 바란다”며 무료로 사용하도록 허락해 한 달 400만 원에 달하는 음원사용료를 내지 않고 썼다.

백 감독은 “인터넷도, TV도 없는 외딴 마을에서 아이들에게 학교는 세상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고, 자전거는 아이들이 학교를 갈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자전거는 그 아이들이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라며 “약간의 관심만 있다면 많지 않은 돈으로 아이들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비나야 자매에게 새 운동화가 아까워 신지 않고 아껴 둔다고 들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보내줄 테니 걱정 말고 마음껏 신으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 석달새 자전거 889대 보낼 기부금 모여 ▼

동아일보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연중 공동캠페인으로 진행하는 ‘두 바퀴의 드림로드’를 통해 스리랑카뿐 아니라 아프리카 우간다와 세네갈 등 제3세계 국가에 자전거를 보급할 계획이다. 스리랑카 북부지역은 1983년부터 26년간 계속된 내전으로 사회기반시설 대부분이 파괴된 상태다. 세네갈과 우간다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자전거는 등교뿐 아니라 생존에 필수인 물을 긷는 데도 사용된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캠페인에는 약 3개월 동안 309명이 참여해 1억675만4971원을 모았다. 자전거 889대를 살 액수다.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어린이 직업체험관 테마파크 ‘키자니아’는 약 2개월간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가상화폐 ‘키조’를 실제 화폐로 현금화해 14일 어린이재단에 12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후원을 원할 경우 자전거 한 대를 살 수 있는 12만 원을 한 번에 기부하거나 매달 1만 원씩 1년간 후원할 수 있다. 또 한 달에 3만 원으로 현지 아동의 생활비와 자전거를 함께 후원할 수 있다.

후원금으로는 1차로 스리랑카에 자전거 1000대, 2차로 아프리카 우간다, 세네갈에서 요청한 200대를 지원한다.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도 자전거 지원이 추진된다. 후원 문의 1588-1940. www.dreambike.or.kr 후원 계좌 기업은행 035-100411-04-040.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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