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앞둔 40대女 법원서 투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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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맨 채 뛰어내려 중태
국정원 출신 남편과 이혼訴… “재산분할 판결 내게 불리”

국가정보원 출신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이던 40대 여성이 선고 재판을 앞두고 법원 청사에서 자살을 시도했다가 중태에 빠졌다.

서울 서초경찰서와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16일 오후 12시 34분 서초구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4층 법정 앞 복도에서 오모 씨(48·여)가 나일론 줄을 자신의 목과 복도 의자에 묶고 밖으로 투신했다. 오 씨는 외벽에 20여 분간 매달려 있다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위독한 상태다.

오 씨가 자살을 시도한 복도에는 ‘재판을 받는 것이 두렵다. 정당한 판결을 원한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 오 씨는 자살 시도 직전까지 법원 앞에서 단식을 하며 “법원이 내 고유재산마저 폭력남편에게 나눠주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해왔다.

오 씨는 2010년 ‘국정원 직원의 월급을 공개하라’는 주장을 펴 화제가 된 인물이다. 1989년 5월 국정원 직원인 황모 씨(52)와 결혼한 오 씨는 남편의 외도에 대한 의심과 자녀의 탈선으로 부부관계가 악화되자 2007년 이혼하기로 합의했다.

부부는 이혼 과정에서 오 씨 소유의 아파트와 황 씨의 퇴직금 분할을 두고 다퉜다. 서울가정법원은 2009년 1월 열린 1심에서 “이혼 당시 오 씨는 아파트를, 황 씨는 퇴직금을 가지기로 합의했다”며 양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아파트는 공동 노력에 의해 취득한 것으로 재산분할 대상이지만 황 씨의 퇴직금은 퇴직일과 퇴직금액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참고대상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황 씨 40%, 오 씨 60%로 정해졌고 오 씨는 황 씨에게 2억여 원을 지급하게 됐다. 대법원도 같은 판결을 했다.

이에 오 씨는 국정원장을 상대로 남편의 급여에 대해 정보공개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1, 2심에서는 “급여 명세가 공개되면 국정원이 운용비와 업무활동비로 사용하는 액수가 추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대법원은 2010년 12월 “직접적인 급여 명세가 아닌 양우공제회(국정원 전현직 모임) 예상퇴직금 목록 등은 공개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오 씨는 이를 근거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의 재심을 청구했고 16일 오후 2시 10분 이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목을 맸다. 재판부는 “당사자 사정으로 선고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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