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학생도 있는데…” 전교 1등 소녀가장 중학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6일 1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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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할머니를 보니 너무 행복해요."

'제36회 삼성효행상' 청소년 부문 수상자인 충북 단양군 단산중학교 1학년 엄소정(14) 양은 '소녀 가장'이다.

청력 장애를 가진 할머니(72), 초등학생 여동생(12)과 살면서 집안일을 도맡아 왔다.

엄 양은 부모의 따뜻한 정을 받지 못하고 컸다. 아버지는 네 살 때 집을 나갔고 그때 병을 얻은 어머니는 지금도 건강하지 못하다. 집안 수입이라고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90만원 내외)이 전부다.

엄 양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할머니와 동생의 아침을 차려주고 학교에 간다. 수업이 끝나도 친구들과 어울릴 여유는 없다. 집에 혼자 있는 할머니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입맛이 없다고 하면 엄 양은 몇 번이고 다시 상을 차린다. 그만큼 효심이 지극하다. 공부는 청소, 빨래 등을 모두 마친 밤늦게야 시작한다.

그런데도 엄 양은 중학교 진학 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전교 1등을 했다.

엄 양은 "숱한 고생을 하며 우리 자매를 키워주신 할머니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며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할머니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 양은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시작하면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한다.

작년에는 방과 후 특별활동 시간에 장구를 배워 '제12회 청풍명월 단양 청소년 한마음 축제'에서 국악 부문 금상을 받기도 했다.

박승룡 교사는 "어려운 가정환경을 부끄러워할 나이인데 소영이는 항상 당당하다"며 "가끔은 스승인 내가 배우기도 한다"고 전했다.

엄 양은 이날 상장과 함께 3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엄 양은 "과분한 상을 주신 분들과 할머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커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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