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태블릿PC에 문제가 쏙… “재미있어 딴짓 못하겠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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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스마트 스쿨’ 시연… 선생님이 터치스크린 톡톡 하자…

“딩∼동, 김민경 학생이 등교했습니다.”

올해 3월 충남 연기군 금남초등학교에서 세종시 참샘초등학교 4학년으로 전학할 예정인 김민경 양(11)이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부모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 교문에 설치된 전자태그(RFID) 리더가 김 양의 가방에 있는 전자학생증을 인식해서 자동으로 문자를 보낸 것이다.

김 양이 공부할 참샘초교는 모든 것이 최첨단 정보기술(IT)을 통해 사람 손을 거의 빌리지 않고 처리된다. 최근 애플이 디지털 교과서 ‘아이북스2’를 선보이면서 ‘종이 교과서 없는 교실’을 선언했지만 참샘초교는 그보다 오히려 한발 더 앞서나간, 문자 그대로 ‘스마트 스쿨’이다. 교육상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종이 교과서와 노트 필기 등이 필요한 교육과정을 병행할 예정이지만 기술적으로는 ‘아날로그식 교육도구’를 당장 없애더라도 문제가 없는 환경이다.

LG CNS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세종시 첫마을에 들어서는 학교 6곳을 모두 스마트스쿨로 조성했다. 아직 개교 전이지만 김 양과 함께 참샘초교와 인근 한솔고를 둘러보며 스마트스쿨을 미리 체험해 봤다.

교실로 들어서자 화이트보드 칠판 대신에 72인치 3차원(3D) 발광다이오드(LED) 터치스크린이 눈에 들어왔다. 책상 위에는 종이 교과서 대신에 태블릿PC가 놓여 있었다.

일일교사 역할을 맡은 IT솔루션업체 I-카이스트 정진상 선임이 칠판에 ‘47+61=’이라고 문제를 낸 뒤 전송 버튼을 누르자 김 양의 태블릿PC에 문제가 나타났다. 김 양이 손가락으로 화면에 ‘108’이라고 답을 쓰자 교실 앞 칠판에도 김 양이 쓴 글자 그대로 ‘108’이 빨간색으로 표시됐다. 정 선임은 우주의 행성 사진, 기타를 치는 동영상을 수시로 학생들의 태블릿PC로 보냈다.

스마트스쿨에서는 학생이 전자학생증을 센서에 갖다 대면 교실 앞에 있는 메시지보드에 학생의 시간표와 일정, 식단, 선생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등이 화면에 나타난다. LG CNS 제공
스마트스쿨에서는 학생이 전자학생증을 센서에 갖다 대면 교실 앞에 있는 메시지보드에 학생의 시간표와 일정, 식단, 선생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등이 화면에 나타난다. LG CNS 제공
정 선임이 다른 버튼을 누르자 모든 학생의 태블릿PC 화면이 칠판에 동시에 나타났다. 학생들이 한 명 한 명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장치다. 김 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김 양은 “선생님과 칠판으로 문제와 답을 주고받는 게 정말 신기하다. 수업시간에 딴짓은 못할 것 같다”며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보였다.

무료로 지급할 태블릿PC를 이용하면 ‘수업과 관계없는 웹서핑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교사들이 사전에 허용 프로그램과 차단 사이트를 설정할 수 있게 해뒀기 때문이다.

행복청 교육시설기획과 손윤선 과장은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 등을 위해 종이교과서와 노트 필기 등을 바로 없애는 것은 아니다”면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종이교과서와 태블릿PC를 함께 이용하고 고학년부터 태블릿PC를 통한 학습 시간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상강의실에는 기업의 회의실에서나 볼 수 있던 대형 스크린 3개가 연결돼 있었다. 김 양이 카메라 앞에서 발표하는 것처럼 오른손을 들자 가운데 화면에 김 양의 모습이 나타났다. 양쪽 화면에는 교육과정을 교류하는 호주 등 5개국 학교의 수업이 실시간으로 중계돼 동영상 수업을 할 수 있었다.

행복청 이충재 차장은 “세종시에 조성되는 전체 150개 학교를 모두 스마트스쿨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연수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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