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겨울의 추억 꽃피는 산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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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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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판서 썰매 씽씽… 모닥불에 구운 고구마 호호
담양 용흥마을 체험여행 인기

전남 담양군 월산면 용흥마을 논 썰매장에서 얼음을 지치는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이 마을은 얼음 썰매타기, 연날리기, 팽이치기 등 ‘추억 마케팅’으로 지역 명소가 됐다. 담양군 제공
전남 담양군 월산면 용흥마을 논 썰매장에서 얼음을 지치는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이 마을은 얼음 썰매타기, 연날리기, 팽이치기 등 ‘추억 마케팅’으로 지역 명소가 됐다. 담양군 제공
추운 겨울 놀거리가 마땅하지 않은 아이들은 꽁꽁 언 논 위에서 볼이 빨갛게 얼 때까지 썰매를 타고 팽이를 쳤다. 허기가 질 때면 모닥불을 피워놓고 손을 호호 불어가며 고구마를 구워 먹곤 했다. 이농현상이 가속화되기 전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어린이에게 즐거운 놀이터를 제공하고 어른에게는 동심의 추억을 선사하는 시골마을이 있다. 광주에서 승용차로 30∼40분 거리인 전남 담양군 월산면 용흥마을. 병풍산 뒤쪽에 자리한 이 마을은 얼음 썰매 타기, 연날리기 등 ‘추억 마케팅’으로 겨울철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즐겨 찾는 지역 명소가 됐다.

○ 산골마을의 추억 마케팅

얼음 썰매 타기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은 이 마을 김형준 이장(42)이다. 전체 주민이 119명인 이 마을은 30, 40대 청장년층이 40%를 차지한다. 여느 마을과 달리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많아 겨울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김 이장은 군비 300만 원을 지원받아 마을회관 앞 2900여 m²(약 878평)의 논에 물을 가둬 썰매장을 만들었다. ‘용흥(龍興)’을 우리말로 풀어 쓴 ‘용오름마을 썰매장’이라고 이름 지었다. 썰매장에서는 팽이를 치고 널뛰기도 하고 연도 날린다. 옆에 피워 놓은 모닥불에 고구마, 감자를 구워 먹을 수 있다. 김 이장은 “썰매와 꼬챙이로 겨울을 보냈던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썰매장을 만들었다”며 “입소문이 나면서 외지인이 많이 찾아와 산골마을에 훈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 산촌생태체험마을로 변신

천년고찰인 용흥사 아래에 자리한 이 마을은 봄과 가을이면 들꽃 천지를 이룬다. 용흥사 계곡은 담양 10경(景) 중 하나로 꼽힌다.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관광자원이 많은 이 마을은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산촌생태마을로 지정됐다. 이를 계기로 올해부터 곤충생태학습장, 식물원, 야생화 탐방로, 펜션 등을 건립한다.

들꽃을 마을 소득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말 용오름화훼관광영농조합법인도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꽃과 잎을 눌러서 그림을 만드는 압화(押花) 체험을 하고 드라이플라워(건조화), 열쇠고리, 거울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마을에 있는 풍경허브농장에서는 허브를 이용한 천연 비누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고 현장에서 판매도 한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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