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설날 평창 산골에 울려퍼진 피아노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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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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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는 신성진 군 “외할아버지-외할머니께 선물하고 싶어”
지역문화사랑방 ‘감자꽃스튜디오’서 손자의 효도 연주회 열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오후 평창군 감자꽃스튜디오에서 신성진 군의 연주회가 열렸다. 이 연주회는 중국에 유학 중인 신 군이 평창의 외조부모를 위해 마련했다. 감자꽃스튜디오 제공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오후 평창군 감자꽃스튜디오에서 신성진 군의 연주회가 열렸다. 이 연주회는 중국에 유학 중인 신 군이 평창의 외조부모를 위해 마련했다. 감자꽃스튜디오 제공
24일 오후 강원 평창군 평창읍 지역문화공간인 감자꽃스튜디오에서 특별한 피아노연주회가 열렸다. 교실 한 칸의 공연장에 관객은 9명뿐이었지만 열기는 어느 연주회 못지않게 뜨거웠다. 이 연주회는 중국 베이징(北京) 국제학교에 다니는 신성진 군(14)이 평창에 사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위해 마련한 것. 설을 맞아 가족과 함께 외가를 찾은 신 군이 자신이 피아노 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두 분에게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어 연주회를 열었다. 신 군은 지난해 12월 26일 감자꽃스튜디오에 e메일을 보내왔다. 평창에 그랜드피아노 있는 곳을 수소문하다가 폐교를 개조한 감자꽃스튜디오에 그랜드피아노가 있는 것을 알고 장소를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중국에서 생활해 제가 크는 과정을 못 보셨어요. 제가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 설에 평창을 방문하면서 피아노를 연주해드리고 싶습니다. 감자꽃스튜디오를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신 군은 e메일과 함께 스크랴빈의 곡을 연주하는 동영상을 첨부했다.

감자꽃스튜디오는 설 연휴에 직원들이 출근해야 하는데다 단 몇 명의 개인 가족을 위한 음악회라 망설이기도 했지만 신 군의 효심과 음악에 대한 사랑을 기특히 여겨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피아노 조율까지 다시 했다.

이날 신 군은 쇼팽의 ‘즉흥환상곡’과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등 6곡을 연주했다. 2006년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건너간 신 군은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연주해오다 3년 전부터 본격적인 음악수업을 받고 있다. 현재로선 음악을 전공할 생각은 없지만 취미 삼아 하는 수준은 넘어섰다는 것이 가족들의 평이다.

아버지 신규상 씨(45)는 “성진이가 최근 피아노 레슨을 집중적으로 받으며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친구들과 작은 음악회를 여는 등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이날 연주회를 지켜본 외할머니 안해옥 씨(72)는 “2년 만에 손자를 만나 기쁜데 우리를 위해 연주까지 들려줘 기분이 매우 좋았다”며 “손자가 평생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선물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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