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오전 3시 50분경 경북 영천시 금호읍의 한 편의점에 마스크를 한 20대 남성 2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흉기를 휘두르며 여종업원을 위협해 현금 43만 원을 빼앗아 차를 몰고 달아났다. 5분여 동안에 벌어진 일이다. 다음 날 영천경찰서에 붙잡힌 이들은 며칠 새 경북 경주와 울산 등지의 편의점 4곳을 턴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새벽시간 여종업원 혼자 근무하는 편의점을 골라 사전에 도주로를 파악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같은 달 대구 경북에는 비슷한 수법의 편의점 강도 사건이 10여 건이나 발생했다. 지역 사설 경비업체에 따르면 편의점 강도로 비상벨을 누르는 건수가 매년 30∼40%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창업이 늘면서 범죄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점한 편의점은 전국 4513곳. 하루 10여 곳이 새로 문을 열고 있다. 전체 수는 2010년 1만6937곳보다 21.9% 증가한 2만650곳이다. 은퇴자가 급증하면서 다른 업종보다 창업이 비교적 수월한 편의점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투자금이 5000만∼1억 원(76m²·23평 기준)으로 다른 업종보다 창업비용이 적게 들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고정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창업 증가로 이어졌다.
경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편의점 수가 많아지는 것은 범죄 표적 또한 늘어난다는 의미. 편의점 범죄를 줄이기 위해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고 7초가 지나면 인근 경찰서 상황실에 자동으로 신고가 되는 ‘한달음 서비스’를 가동하고 있지만 강도 건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4시간 운영하는 특성에다 다른 업종에 비해 손님이 머무는 시간이 훨씬 짧은 것도 자주 범죄 대상이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편의점도 폐쇄회로(CC)TV 운영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대구 북구 산격동에서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 씨(47)는 “잔돈은 되도록 적게 금고에 두고 운영하고 재산 피해와 상해를 보상받는 보험을 들고 있다”며 “가맹점 본사는 강도가 들면 그냥 돈을 내어주고 신고하라고 교육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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