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없는 곳으로 가렴”… 광주 중학생 영결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2일 오후 광주 북구 효령동 영락공원. 지난해 12월 29일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광주 J중 2년 S 군(15)의 이름이 적힌 관이 운구차에서 옮겨지자 어머니(43)는 아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옆에 있던 아버지(45)는 “미안하다 ○○아, 우리 귀염둥이 ○○아”라며 관을 붙잡고 오열했다. 하얀 마스크를 쓰고 관을 들고 가던 S 군의 친구들도 울먹이며 힘겹게 발을 뗐다. ‘고 ○○○님 1번 화장 중입니다’라는 글씨가 분향소 오른쪽 위 모니터에 뜨자 가족들은 고개를 떨군 채 흐느꼈다. 아버지는 “도대체 누가 너한테 이런 거니”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아, 부디 좋은 세상에 가거라”라며 아들의 영정을 쓰다듬었다.

○ 타살 혐의 없어…폭행 41건으로 늘어

경찰은 이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S 군을 부검했지만 타살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부검한 결과 외부의 힘이 몸에 가해진 흔적이 없고 외상이 없었다”며 “왼쪽 어깨와 오른쪽 종아리에서 멍이 발견됐지만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S 군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한 또 다른 S 군(15)을 폭행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S 군은 교실에서 피해자 S 군을 폭행하는 등 모두 14차례에 걸쳐 폭력, 금품갈취 등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S 군과 L 군(14) 등 속칭 일진 학생 2명을 조사해 확인한 폭행건수가 41건. 가해 학생으로 확인된 3학년 K 군(16) 외에 또 다른 가해 학생이 확인되면 S 군이 겪은 학교폭력 건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S 군이 자살 이유를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는 온라인 메신저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의 복원작업도 진행 중이다.

○ 학생 제보 수사 큰 도움

S 군의 학교 친구 20여 명은 시신이 발견된 지난해 12월 29일부터 5일간 장례식장을 지켰다. 이들은 S 군이 학교폭력에 때문에 죽음을 맞았다고 보고 있다. S 군의 친구 28명은 최근까지 광주북부경찰서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S 군이 8개월 동안 학교폭력에 시달렸다”며 온라인 메신저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의 증빙자료를 제공했다. 경찰이 가해 학생들의 혐의를 확인하는 데 이들이 내놓은 진술과 증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인터넷에도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타살 의혹이 일정 부분 해소된 상황이지만 친구들은 자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반 친구들도 그동안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당해 S 군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