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살 중학생 아버지 “동생 못 지켰다고 자책하는 큰아들이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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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 중학생 아버지 인터뷰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며 자책하고 있는 큰아들이 걱정입니다.”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A 군의 아버지(48)는 26일 동아일보 기자와 전화가 연결되자 긴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4세 막내아들을 잃은 슬픔과 분노가 수시로 터져 나오지만 A 군의 형인 큰아들(16·고1)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참아내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마음은 어떻게든 추스를 수 있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큰아들이 행여 무슨 일을 저지르지나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최근 큰아들이 다니는 학교를 찾아가 담임교사에게 세심하게 신경써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숨진 동생이 친구들의 괴롭힘에 시달려 왔다는 이야기를 처음 전해들은 후 큰아들이 가해학생을 ‘다 죽여 버리겠다’며 극도로 흥분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진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고 있는 큰아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 제대로 쳐다보기 힘이 듭니다.”

아버지는 큰아들과 함께 성당에 나갈 생각이다. 성당에 다니면 마음에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또 방학이 되면 큰아들과 함께 여행도 떠날 계획이다.

큰아들을 위해 참아내고 있지만 아버지의 마음속에 ‘용서’란 단어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얼마 전 가해학생인 B 군의 부모가 집으로 찾아왔지만 돌려보냈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들을 준비도, 마음도 없어서다. 그리고 가해학생을 만나볼 생각도 지금은 없다고 했다.

A 군의 아버지는 현재 밥도 챙겨먹고 잠도 잔다, 어쩔 수 없이. 이번 사건 수사가 끝날 때까지 정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아버지는 “경찰에서 유서에 나오지 않은 가혹행위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경찰이 제대로 수사해줄 것으로 믿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친구 가족과 함께 모임을 갖는데 올해는 못했습니다. 24일에 만나기로 돼 있었는데 막내가 없어서요. 그 자리에 가면 누나와 형, 그리고 동생들이 있어 막내가 참 좋아했는데….” 이 말을 꺼낸 뒤 아버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의 거듭된 사진촬영 요청을 완곡하면서도 정중하게 거절했다.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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