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떼의 유혹’에 끝내… 울산서 풍랑주의보 속 조업 나섰다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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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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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 사망 10명 실종

풍랑주의보에도 불구하고 오징어잡이에 나섰던 어선이 침몰해 선원 14명 중 1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됐다. 나머지 3명은 구조됐다.

○ “배가 기울면서 기관실 침수”

26일 오전 2시 2분경 울산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동방 15마일(약 28km) 해상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던 부산선적 139t급 트롤어선 739건아호가 침몰했다. 사고가 나자 울산해경이 경비정을 긴급 출동시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기관장 김영근 씨(49)를 구조했다. 또 인근에서 조업하던 어선에 기관장 황수석(48), 선원 김종인 씨(46)가 구조되는 등 3명이 구조됐다. 그러나 선원 권종석 씨(53)는 숨진 채 발견됐다. 선장 신철 씨(61) 등 10명은 실종됐다. 사고 선박은 24일 오후 3시 반경 부산 남항을 출항한 뒤 사고 지점에서 25일 오후 11시 반부터 2시간 반가량 조업하던 중이었다.

침실에서 잠을 자다 고함을 듣고 밖으로 나와 구조된 기관장 황 씨는 “기울어진 배 위에서 조명탄을 쏜 뒤 배가 바닷속으로 빠져들 때 바다로 뛰어내렸다”며 “다른 선원들은 조업 중이어서 갑판에 나와 있다가 배가 침몰하자마자 바다로 뛰어든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해경은 생존자 진술을 토대로 기관실에 바닷물이 들어와 배가 침몰한 것으로 추정했다. 오징어가 가득 찬 그물을 배 뒤쪽에서 끌어당기는데 그물이 왼쪽으로 쏠리면서 배가 기울어져 바닷물이 기관실로 들어가 기관이 멈춘 데 이어 배가 복원력을 상실해 침몰했다는 것이 해경 측 분석이다. 배가 침몰한 바다의 수심은 140m인 것으로 알려졌다.

○ 풍랑주의보에도 무리한 조업

어선이 침몰할 당시 동해남부 전 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울산을 비롯한 동해남부 먼바다(육지에서 12마일 밖)에는 24일 오후 1시부터, 동해남부 앞바다(육지에서 12마일 이내)는 24일 오후 7시부터 각각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26일까지 해제되지 않고 있다. 어선 침몰 해역에는 높이 2.2∼4.1m의 파도와 초속 14∼16m의 강풍이 불 것으로 기상청은 예고했다. 하지만 사고 선박은 최근 동해에 오징어가 몰려들자 조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어도 15t 이상의 어선은 원할 경우 조업을 허용하고 있다.

해경은 생존자들과 숨진 선원 모두 구명동의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발견돼 실종자들도 구명동의를 착용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울산해경은 26일 오전 2시 2분경 부산해양경찰서로부터 어선 침몰 통보를 받은 뒤 58분 뒤인 오전 3시경 사고지점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실종자(10명) 명단.

△선장 신철 △선원 오상태(58) 박춘호(52) 김삼(51) 김동섭(45) 정창용(47) 김웅수(47) 정진운(47) 김춘용(46) 하한식(42)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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