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3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 한국사회의 모습을 비유한 사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이 선정됐다.
엄이도종은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이다.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 귀를 막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말은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 승상 여불위가 만든 일종의 백과사전 ‘여씨춘추’에서 유래했다. 종을 훔치려던 도둑이 종을 쪼개려고 망치로 쳤는데, 종소리가 너무 크게 울려서 다른 사람이 올까 두려워 귀를 막았다는 일화다.
교수신문은 “엄이도종은 각종 사건과 굵직한 정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소통 부족과 독단적 강행을 비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풍기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공격 의혹이 있을 때 정부는 국민이 납득 할만한 설명을 거의 하지 않았다. 소통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찬 순천대 교수도 “정부는 6월과 10월의 두 차례 선거에서 민의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여전히 권력다툼에 매몰돼 있다”고 말했다.
교수신문은 분야별로 23명의 교수에게 사자성어 30개를 추천받은 뒤 논설위원, 편집기획위원, 칼럼·비평 필진이 5개를 추렸다. 이어 7일부터 16일까지 전국 교수들에게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응답자 36.8%가 엄이도종을 선택한 것.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하듯”이란 뜻의 ‘여랑목양(如狼牧羊)’이 25.7%로 2위였다. “갈림길이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지 못 한다”는 뜻의 ‘다기망양(多岐亡羊)’은 21.1%로 3위였다. 지난해에는 “진실을 숨겨두려 했지만 실마리가 드러나 있다”는 뜻의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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