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태권도 보석’의 꿈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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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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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시설서 자란 우등생 강기영 군 대학등록금 없어 발동동

최근 경희대 태권도의학과 수십 모집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강기영(가명·오른쪽) 군이 D정보고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삭의 집 제공
최근 경희대 태권도의학과 수십 모집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강기영(가명·오른쪽) 군이 D정보고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삭의 집 제공
엄마, 아빠와 떨어지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일곱 살. 엄마는 누군지도 모른다. 자신을 보육원에 데려다 놓은 뒤 등을 돌리고 떠나가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범벅이 됐던 아이. 그가 꿈을 먹고 자라 새 세상을 향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 수영구 광안4동 개인 운영 아동양육시설인 ‘이삭의 집’에 사는 강기영(가명·18) 군이 최근 경희대 태권도의학과 수시모집에 최종 합격했다.

그는 1999년 한 수녀의 소개로 이 시설로 왔지만 ‘사고뭉치’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공부보다는 노는 걸 좋아해 학교와 집에서 유리창을 깨기 일쑤였다. 동네 가게에서 빈병을 훔쳐 다른 가게에 팔려다 들켜 자주 혼이 났다. 이삭의 집 주영숙 원장은 비뚤어져 가는 기영 군의 성격을 고치기 위해 자원봉사자에게 부탁해 태권도를 가르치게 했다. 그는 비교적 잘 따랐다. 집중력도 빠르게 나아졌다. 중학교를 다니는 동안 낮에는 태권도를 배우고 밤에는 학교 공부를 하면서 모범생으로 변한 것.

D정보고등학교에 진학하고부터는 태권도 선수로 활약했다. 고된 훈련과 경기 일정으로 수업진도를 맞추지 못하면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교과과정을 따라잡았다. 틈만 나면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시험기간에는 2∼3시간만 잠을 잤다. 1학년부터 차지한 전교 1등은 고3까지 이어졌다. 결국 경희대 태권도의학과에 당당하게 합격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강 군은 “원장 엄마 꾸중이 싫었는데 지금 저를 있게 한 영양분이었다”며 “꿈에까지 등장했던 엄마 잔소리가 꿈만 같은 명문대 합격을 만든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태권도의학과는 수학, 과학, 영어 등 기본이 탄탄해야 해 합격 통보를 받은 날부터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요즘은 새벽까지 초중학교 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다.

주 원장은 “‘배부르게 밥만 먹을 수 있으면 좋다’고 했던 아이가 이제 당당하게 세상에 서게 됐다”며 “이삭의 집은 축제 분위기지만 걱정도 생겼다”고 전했다.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은 있지만 당장 강 군 등록금과 입학금 마련이 걱정이라는 것. 시설 퇴소를 앞둔 그가 학비와 생활비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1년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주 원장은 “이삭의 집 원아 16명은 기영이를 희망으로 삼고 있다”며 “그가 마음껏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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