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357억 들인 납골시설이 공원으로?

  • 동아일보

분당 판교 자연장지… 주민 반발-공급 과잉
성남시 “공원으로만 활용”

357억여 원이 들어간 납골시설이 엉뚱하게 공원으로 쓰일 처지에 놓였다. 18일 경기 성남시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8월 중순 분당구 백현동 일대에 조성한 ‘판교 자연장지’ 터와 시설물을 완공해 성남시에 기부했다. 성남시는 이를 인수하는 내용의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을 성남시의회에 제출했다.

판교 자연장지 조성은 땅값과 건축비 등 약 357억9000만 원을 투입한 사업이다. 1만6463m²(약 5000평) 규모의 땅 위에는 잔디와 조경수를 심어 공원으로 만들었다. 이 시설의 핵심은 공원 지하에 조성된 3200기 규모의 납골공간이다. 그러나 성남시는 주민 반발 및 공급 과잉 등을 이유로 이곳을 당분간 공원으로만 활용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 반발은 자연장지 공사 초기부터 시작됐다. 이에 앞서 LH(당시 대한주택공사)가 공사를 시작하자 2009년 3월 판교신도시 입주예정자 250여 명이 공사중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크게 반발했다. 성남시도 주민 민원을 이유로 자연장지 조성에 반대했다. 당시 민주당 부대변인이었던 이재명 현 성남시장도 “주거환경을 침해하는 공동묘지 사업을 중단하라”며 반대했다. 판교 자연장지 주변에는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약 110m 거리에 고등학교 1곳이 있고 야산 너머 150m 떨어진 곳에 아파트 단지가 있다.

성남시는 또 기존 성남화장장에 유골 2만9000기를 안치할 수 있는 납골시설 및 장례식장으로 이뤄진 제2 추모의 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 이 시설이 문을 열면 장기간 성남지역의 납골 수요를 충당할 것으로 성남시는 판단한다. 이에 따라 성남시는 판교 자연장지를 우선 공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시민 편의가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사용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며 “우선 납골시설은 놔두고 공원으로만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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