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비즈니스포럼 2011 주제 ‘공유가치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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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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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살리며 年21조원 매출… ‘CSV 경영’의 마법

《 ‘앉아서 개혁당할 것인가, 스스로 개혁에 나설 것인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세계 각국에서 ‘반(反)기업 정서’가 고조되면서 자본주의의 핵심 동력인 기업과 기업인들이 심판대에 섰다.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 뉴욕 월가에서 분노의 시위가 확산되고 있고, 양극화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돌리는 비판 여론도 유례없이 커졌다. 자칫 자본주의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기업은 지난 수십 년간 단기 재무성과를 올리는 데 급급하다가 고객의 요구를 외면했고 정부와 시민사회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에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
그는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할 처방으로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란 개념을 내놓았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편익을 동시에 창출하는 ‘공유가치’를 새로운 경영 목표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CSV는 이미 일부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빅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포터 교수는 12월 6일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에서 CSV의 개념과 실천방안을 한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직접 소개하고 토론도 벌인다.

○ “단순 이익 재분배가 능사 아니다”

CSV는 ‘기업이 창출한 수익을 함께 나누자’는 식의 이익 재분배 개념이 아니다.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돌려주는 방식의 수동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개념과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CSV는 기업이 혁신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면서 사회문제 해결에도 기여해 경제, 사회적 가치의 총량을 키우자는 패러다임이다.

예를 들어 가난한 농부가 재배한 농작물에 제값을 쳐주는 공정무역은 양극화의 해법으로 자주 거론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관점에서 보면 공정무역은 의미가 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현재 확보된 파이를 재분배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CSV는 이익 재분배보다 농작법을 개선하고 농부를 위한 협력 및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투자를 더 강조한다. 농부들이 새로운 방법으로 작물을 재배해 수확량을 늘리고 품질을 개선하도록 기업이 지원하면 농부와 농작물을 구매하는 기업 모두 이익을 얻는다. 실제로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농부를 연구한 결과 단순 공정무역은 농부들의 수입을 10∼20% 증가시키는 데 그쳤지만 공유가치에 입각한 투자는 이들의 수입을 300%로 늘렸다.

○ ‘기사불이(企社不二)’가 논의의 출발

선도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CSV 혁신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환경 친화적 제품과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환경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는 ‘에코매지네이션’ 사업으로 2009년에만 180억 달러(약 21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CSV 혁신은 개발도상국의 빈민층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톰슨로이터는 인도에서 분기당 5달러에 일기예보, 농사 정보, 농작법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에 가입한 농부가 200만 명을 넘어섰고, 이용자의 60% 이상은 소득이 늘었다.

CSV를 회사 차원의 경영혁신 전략으로 채택한 글로벌 기업도 등장했다. 식품업체인 네슬레는 ‘좋은 음식, 좋은 삶’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저개발국 농민을 돕거나 수자원을 보호하는 투자에 열성적이다. 이런 노력을 알리는 홈페이지(www.creatingsharedvalue.org)도 만들었다.

공유가치 창출을 위해 정부와 기업, 지역 공동체가 협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의 시민단체인 테크노서브는 30여 개국에서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농업 클러스터를 개발하고 있다.

CSV의 개념은 올 한 해 양극화 및 대·중소기업 상생 논의 등으로 진통을 겪었던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단순히 초과이익을 공유하자고 하면 기업들은 눈에 보이는 이익 규모를 조정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편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공유가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 포럼 기조연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

‘경영전략의 제왕.’

12월 6일 동아비즈니스포럼의 기조연사로 나서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64·사진)에 대해 미국의 경영 저술가 월터 키켈 3세가 내린 평가다. 실제 포터 교수는 현대 경영학의 핵심과목인 경영전략론의 체계를 만든 사실상의 ‘창업자’로 꼽힌다.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경영대학원들은 전략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사업정책’이란 과목을 통해 원가 절감 방안을 제시하거나 ‘강점, 약점, 기회, 위협(SWOT·Strengths, Weaknesses, Opportunities, Threats)’를 평면적으로 분석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포터 교수는 1980년 내놓은 ‘경쟁전략’이란 책을 통해 기업 전략에 혁명을 불러왔다. 그는 5가지의 요인(구매자의 힘, 공급자의 힘, 진입장벽, 대체재 위협, 경쟁)이 산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며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본원적 전략으로 △더 싼값에 물건을 만들거나 △제품을 차별화하거나 △틈새시장을 찾아 전문화하는 방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포터 교수의 이론은 기업의 수익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산업의 구조를 분석하는 과학적 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실무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원가 절감 외에 별다른 전략 대안을 찾지 못했던 당시 기업 경영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줬다. 그의 아이디어는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차별화 전쟁’으로 이어졌다. 포터 교수의 5요인 이론과 본원적 전략은 지금도 기업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거의 모든 경영전략 교과서에 등장한다.

포터 교수는 무려 60쇄까지 인쇄된 ‘경쟁전략’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라이벌 서적인 ‘경쟁우위’를 1985년에 출간해 또다시 파장을 일으켰다. 이 책에서 그는 기업의 수많은 활동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가치 사슬(value chain)’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이어 국가의 경쟁력 확보 방안을 다룬 ‘국가경쟁우위’라는 책을 1990년에 펴내 이 분야에서도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포터 교수는 1996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발표한 ‘전략이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을 통해 “전략은 하지 않을 일을 선택하는 것(strategy is choosing what not to do)”이란 명언을 남겼다. 전략과 운영 효율성 제고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했던 당시 경영자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준 이 논문은 지금도 경영학석사(MBA) 과정의 필수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성취한 이후에도 그는 미국 등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을 수행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동료 교수들과 함께 글로벌 컨설팅사인 모니터그룹을 창업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혁신을 통한 가치 창출 및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이뤄낼 수 있다는 취지의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최근 그는 이런 사상을 종합한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란 개념을 완성했으며 12월 6일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다른 학자들이 기업이 나아갈 방향과 목적을 제시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포터 교수는 구체적인 방법론과 틀까지도 함께 보여줬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송기혁 기자 khsong@donga.com  
▼ 현장 컨설팅-글로벌 사례 통해 구체적 해법 제시 ▼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은 기업 경영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문제에 대해 추상적인 이론 대신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포럼이다. 올해는 자체 혁신을 통해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에 대한 기업의 역할도 다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기조연설에 이어 CSV 관련 컨설팅업체인 FSG의 마크 크레이머 대표(사진)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구체적인 활용 방법과 솔루션을 설명한다.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CSV를 적용하는 GE, IBM, 네슬레 등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도 소개한다. 서울대 조동성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는 토론은 지정 패널 외에 객석의 참석자들도 자유롭게 포터 교수와 즉석 질의응답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동아비즈니스포럼은 기업이 직면한 현실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여러 개의 테마를 나열하는 대신 특정 주제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발표와 토론 내용을 모두 기업이 현장에서 겪을 수 있는 실제 사례 위주로 꾸며 ‘재미있는 포럼, 지루하지 않은 포럼’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포럼 참가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에 자료를 배포하고, 포럼 후에도 단행본 출간 등을 통해 성과물을 공유할 예정이다. 포럼 현장에서는 모바일 기기 등을 활용해 주요 연사들에게 궁금한 점을 실시간으로 질문할 수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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