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성 살린 체험활동… 전원 기숙사… “나는 자율학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4일 03시 00분


대도시도 최고시설도 아닌데, 전국에서 지원자 몰려드는
농어촌 자율학교엔 뭔가 특별한게 있다

텃밭 실습 경남 거창고 학생들은 농촌 체험활동의 하나로 텃밭을 직접 가꾼다. 거창고 제공
텃밭 실습 경남 거창고 학생들은 농촌 체험활동의 하나로 텃밭을 직접 가꾼다. 거창고 제공
거창고(경남 거창군) 공주사대부고(충남 공주시) 양일고(경기 양평군) 익산고(전북 익산시) 한일고(충남 공주시) 풍산고(경북 안동시).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려드는 대표적인 농어촌 자율학교들이다. 이들 학교는 자율형사립고(자율고)와 달리 학비도 공립학교 수준으로 낮다. 대도시가 아닌 농어촌에 있고 시설도 뛰어나지 않지만 서울 및 수도권 학생의 지원 행렬이 이어진다.

외국어고나 자율고를 능가하는 성적과 진학 실적의 영향도 있지만 자연 속에서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교육과정과 다양한 장학금 혜택이 인기의 비결이다. 공부와 인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농어촌 자율학교의 교육프로그램은 어떻게 다를까.

○ 자연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인성교육

익산고는 매주 토요일 학생들이 인근 지역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과외지도를 한다. 3학년 40명을 포함해 전교생의 3분의 1 이상이 매주 2∼3시간씩을 할애한다. 초중학교 학생들이 평일에도 학교에 찾아와 모르는 내용을 묻기도 한다.

방학 때는 함께 캠프활동을 한다. 올해도 재학생 35명이 인근 지역 8개 초등학교 학생 37명, 중학생 23명과 함께 1박 2일로 충남 부여군에 역사탐방을 다녀왔다. 오병도 교무부장은 “아이들이 자기보다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배운다”며 “한 학기 정도 지나면 인내심과 배려심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고 말했다.

향교 체험 전북 익산고 학생들이 향교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차례 예절을 익히는 모습. 익산고 제공
향교 체험 전북 익산고 학생들이 향교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차례 예절을 익히는 모습. 익산고 제공
입학생의 중학교 평균 내신은 학교별로 상위 50%에서 2∼3%로 다양하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다 보니 모집정원(112명)의 14% 정도가 서울 등 수도권 출신. 농촌생활을 낯설어 하는 도시 학생을 위해 방학마다 농촌체험캠프를 열어 농사를 짓도록 지도한다.

한일고는 40여 가지의 크고 작은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화랑교육’으로 부르는 이들 프로그램의 특징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한다는 점. 공주 부여 익산 일본까지 이어진 백제시대의 민족문화와 정체성을 체험하는 ‘백제문화탐사’, 부산 태종대에서 시작해 진해 충무 여수 남해를 거치는 ‘충무공 전적지 횡단순례’도 전교생이 참여하는 중요한 행사다.

또 철학자 정치가 교수 등 각계 전문가 20여 명으로 강사진을 구성해 연 7회 명사특강을 마련한다. 부모와 함께하는 행사가 많은 점도 이 학교의 특징이다. 1학년은 입학 100일을 기념해 열리는 축제에서 독후감발표대회에 부모와 함께 참여한다.

○ 특화된 교육-자율적 분위기 강점


자율학교는 나름의 강점을 내세워 지원자를 부른다. 익산고의 경우 4개반 112명 중 절반(56명)을 영재반으로 편성해 장학생으로 선발한다. 중3 전국 대외모의고사 성적 평균 172점 이상 또는 국어 영어 수학 등 5개 과목 내신성적 상위 3% 이내 등 최상위권이 대상이다. 이들에게는 수업료 및 보충학습비 전액 면제, 학업장려금 지원, 유명 강사 초빙 수학 영재교육 등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

명사 초청 충남 공주 한일고 학생들이 명사 초청 강연을 듣고 있다. 한일고 제공
명사 초청 충남 공주 한일고 학생들이 명사 초청 강연을 듣고 있다. 한일고 제공
양일고는 시골학교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외국어 교육을 특화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연극대회, 영어캠프, 팝송대회, 해외봉사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거창고는 자율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수업은 물론이고 축제와 동아리 등 모든 활동을 교사보다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한다. 50년 전 개교 당시부터 실시한 영어와 수학의 수준별 이동수업도 성적에 따라 반을 나누지 않고 학생 스스로 선택해 듣도록 했다. 교사는 학생이 도움을 요청할 때만 조언하는 식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다 보니 이들 학교의 학업성적도 우수한 편이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6개 자율학교 3학년 학생의 59.9%가 3등급 이상을 받았다.

특히 인문계 학생의 3.1%는 언어 수리 외국어 사회탐구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과목별로 상위 4%가 1등급으로, 4개 영역 모두 1등급을 받는 학생이 일반고계에서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율학교의 학력수준이 높음을 알 수 있다.

거창고의 신용균 연구부장은 “우리 학교는 절대로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 경쟁보다는 자율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에서 공부하다 보니 자기주도학습법을 자연스레 터득한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자율학교::

교장 임용, 교육과정 운영, 학생 선발에서 자율권을 갖는다. 농어촌지역 학교의 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1999년부터 시범운영을 거쳐 2002년부터 정식 지정했다. 정부 또는 교육청이 지정하므로 자율형사립고와 달리 학비는 일반계고 수준이며 학교에 따라 광역 또는 전국 단위로 선발한다. 학생은 대부분 기숙사에서 지낸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