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지켜야할 변호사가… 수임료 21억 차명계좌로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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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의혹 고소득 전문직 37명… 국세청, 기획세무조사 착수

A법무법인은 법관, 검사 출신 변호사로 구성된 이른바 ‘잘나가는’ 로펌이다. 하지만 이 로펌은 고액 소송사건의 수임료와 성공 보수금을 법인 계좌가 아닌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입금받아 수입 21억 원을 빼돌렸다. 이 돈은 고용된 변호사들의 개인 공과금과 활동비로 쓰였다. 소송 수행 과정에서 지출한 식사 접대비와 유흥비도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로 처리해 소득 1억 원을 누락했다. 접대비는 일부 금액만 경비처리되는 반면에 복리후생비는 전액 경비처리된다. 법을 해석하고 다루는 법조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22억 원의 소득을 고의로 탈루한 것이다.

B성형외과는 사각 턱을 교정하는 레이저 안면윤곽 수술로 이름을 알리면서 일본, 중국인 관광객까지 찾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 병원 강모 원장은 진료기록은 물론이고 수입금액을 수작업으로 처리하면서 환자들이 현금으로 결제한 진료비 13억 원을 수입에서 누락했다. 또 광고비 같은 경비도 부풀려 소득 1억 원을 빼돌렸다.

고소득 전문직들의 세금 탈루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자 국세청이 다시 한번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차명계좌 사용, 음성적 현금거래 등을 통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큰 고소득 전문직 37명에 대해 23일부터 기획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앞서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 고소득 전문직과 현금거래가 많은 개인사업자 274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여 1534억 원을 추징했다. 세무조사를 강화했음에도 2010년도 소득신고 내용을 정밀 분석한 결과 전문직들의 고질적인 세금 탈루가 반복되자 특별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 대상인 전문직 37명은 친인척과 직원 등 제3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소득을 탈루하고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가 많아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인물에게로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차명계좌를 이용한 세금 탈루는 회계법인이나 세무법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수법이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출신의 파트너로 구성된 C회계법인의 최모 대표는 실제 근무하지도 않는 친인척 이름으로 인건비를 올리고 거래처 접대비를 직원 복리후생비로 처리해 23억 원의 소득을 누락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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