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실기시험 부정없게” 기간 줄인다

  • 동아일보

2014년부터 50일서 3주로… 시험센터는 4곳으로 늘려

정부가 의사실기시험제도에 메스를 댔다. 의대생들의 시험 문제 유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22일 “의대생들이 조직적으로 시험문제를 유출한 사건이 불거짐에 따라 50여 일에 이르는 의사실기시험 기간을 절반 이하인 3주로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현재 2곳뿐인 실기시험센터를 2014년까지 4곳으로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국시원은 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의사국가시험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190억 원을 투입해 추가로 실기시험 센터 2곳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선 내년에 90억 원을 투입해 센터 용지를 확보한다. 이후 2014년까지 추가로 100억 원을 들여 센터 2곳의 설립을 완료한다는 것.

또 국시원은 실기시험에 의료인 윤리와 관련된 문항을 추가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평가방법을 고민 중이다. 부정행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학생들이 의료인으로서 갖춰야 할 윤리 의식이 부족해서라는 판단 때문이다.

시험 응시 횟수를 1회에서 2회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시원 관계자는 “시험을 한 번만 보면 학생들의 부담감이 커져 부정행위를 하려는 유혹도 강해진다”며 “시험 횟수를 늘려 이를 막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9∼11월 의대생 10명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실기시험 문제를 유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들은 올 3월 형사 입건됐다. 최근 검찰은 시험이 50여 일간 치러지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문제 공유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시험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은 더욱 강하게 제기됐다.

해결책으로 대학병원 시설을 활용해 여러 곳에서 실기시험을 치르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특정 대학 학생들이 유리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나와 채택되지 않았다.

문제 유출 확률을 없애기 위해 한 번에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르도록 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15곳의 시험센터를 갖춘 캐나다에서 시행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동일한 조건의 시험장을 만들고, 실기시험에 필요한 모의환자 2000명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실기시험에 투입되는 모의환자는 130명 정도다. 결국 일단 시험센터 2곳을 증설해 시험 기간을 축소하자는 의견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앞서 6월 복지부는 필기시험 문제 유출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필기시험 기출문제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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