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서울 우면산 산사태]강남이 잠길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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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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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초구 시간당 최대 86mm 폭우
침수-정전-통신장애 등 도시기능 마비

국내 대표 부촌(富村)인 서울 강남 일대가 27일 새벽부터 쏟아진 집중 폭우를 당해내지 못하고 빗물에 잠겼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강남구와 서초구에는 각각 시간당 최대 72mm와 86mm의 비가 쏟아졌다. 인근 송파구도 시간당 최대 72mm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 10시 기준으로 강남과 서초에 쏟아진 비의 양은 각각 319mm, 281mm. 서울시는 “도봉구나 노원구 등 강북지역의 시간당 강수량이 최대 30∼40mm에 그친 반면 한강 이남 지역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물폭탄’에 가까운 비에 강남 일대 도시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다. 서초동 우면산에서 벌어진 산사태를 비롯해 강남 일대 곳곳에서 주택 침수와 고립, 정전, 통신장애 등의 피해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 반경 강남역과 양재역 일대는 집중 폭우에 하수도까지 역류해 거대한 호수를 방불케 했다. 어른 허리 높이까지 차오른 물에 골목에 주차돼 있던 차들은 맥없이 떠내려갔고 뜻밖의 차량 침수 피해를 본 주민들은 쏟아지는 빗속에서 하염없이 견인차량을 기다렸다. 경기 군포시 산본신도시에서 자가용으로 강남역 근처의 직장을 다니는 김모 씨(31)는 “평소보다 서둘러 나왔는데도 회사까지 5시간이 넘게 걸렸다”며 “집에는 또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일대와 테헤란로에도 빗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다. 인근 양재천이 범람하면서 서초구 양재동 양재초교,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교대역 인근 역시 차량 지붕 위 높이까지 물이 찼다. 강남구 개포동에서 20년째 거주한 현모 씨(56·여)는 “서울에서 배수시설이 잘 갖춰진 곳으로 알려진 강남이 물에 잠기다니 이게 어찌된 일이냐”며 “강남이 원래 저지대라고는 하지만 이번처럼 비에 맥없이 당하기는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럽다”고 했다.

한편 비 피해가 가장 컸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는 수해방지 예산이 아예 없는 것으로 드러나 화를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병화 한국방재협회장은 “서초구에는 경사지역이 많아 배수가 잘 안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치구별로 적절한 수방 예산을 마련해 이 같은 재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주효선 인턴기자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3학년  
이용우 인턴기자 동국대 법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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