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용 파라다이스 카지노의 ‘기막힌 영업수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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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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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에 위조여권 만들어줘 도박유인

“현명치 못한 판단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28일 오후 5시 서울중앙지법 421호 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은애)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파라다이스 카지노 직원들이 법정 피고인석에서 고개를 숙이며 최후 진술을 했다.

파라다이스 직원들은 위조서류로 만든 여권을 이용해 내국인을 외국인으로 ‘세탁’시킨 혐의로 기소돼 이날 법정에 섰다. 회사 측도 조직적으로 개입하며 100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위조여권으로 카지노가 내국인을 불법 유치해 적발된 첫 사례다.

○ 회사가 조직적으로 개입


이들은 국내 고객을 해외 이주자 신분으로 둔갑시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파라다이스 카지노로 끌어들인 혐의(도박 개장 및 관광진흥법 위반 등)로 기소된 파라다이스 카지노 팀장 박모 씨(55)와 차장 정모 씨(44), 마케팅본부장 김모 씨(56) 등 4명이다. 3명은 올해 2월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직원 박모 씨(44)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직적으로 개입해 내국인을 출입하게 한 파라다이스 카지노 법인에도 벌금 2000만 원이 선고됐다.

1심 재판부는 “내국인을 유치해 매출을 늘릴 목적으로 브로커를 통해 거주여권 신청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해 여권을 만든 다음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출입시켰다”며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파라다이스 카지노 법인에 대해서도 “영주권 카드 발급 비용까지 대신 지급해주는 방법으로 조직적으로 개입해 내국인을 유치해 도박하게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 남미 국가 여권서류 위조 신종범죄


사건은 2008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직원 박 씨로부터 강원랜드 VIP 고객 명단을 입수한 이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회의를 열었다. 강원랜드 카지노 고객인 내국인들에게 접근해서 남미 영주권을 브로커를 통해 만든 다음 해외 이주자인 것처럼 꾸며 카지노로 유치하기로 한 것.

이들은 강원랜드 인근 은행 직원을 통해 확보한 연락처로 고객들을 직접 접촉했다. 직원 박 씨는 “남미 국가 영주권을 만들어 줄 테니 강원랜드까지 가지 말고 서울의 외국인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라. 영주권 발급 비용은 우리가 대겠다”며 고객들을 유혹했다. 박 씨 등은 브로커를 통해 고객 A 씨에게 파라과이 영주권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위조하도록 했다. A 씨는 이들에게서 받은 위조서류를 외교통상부에 내고 거주(PR)여권을 발급받았다. 거주여권이란 여권에 ‘PR’라고 기재되는 여권으로 외국 영주권을 취득해 해외로 이주한 내국인에게 발급된다. 이 여권이 있으면 카지노 출입이 가능하다.

A 씨는 파라다이스 카지노에 입장해 하루에 1억 원을 ‘바카라’에 탕진하는 등 스무 번 넘게 카지노를 찾아 잃은 돈이 4억 원을 넘었다. 이런 수법에 넘어간 내국인은 총 21명. 이들은 최소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총 170억 원을 잃었다. 이들 중에는 주부도 포함돼 있었다. 파라다이스 카지노는 이렇게 108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와 관련해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위조여권 사건은 영업실적에 압박을 느낀 팀장과 직원의 개인적인 행동으로 회사에서 조직적으로 간여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선고는 다음 달 2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파라다이스는? ::


㈜파라다이스는 1972년 4월 설립됐으며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운영하고 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대표 계열사인 ㈜파라다이스를 비롯해 비상장회사로 파라다이스 부산, 골든게이트(인천), 제주그랜드, 제주롯데 등의 카지노도 보유하고 있다. 2010년 워커힐 카지노의 매출액은 2962억 원이다. 카지노 대부로 불리는 고 전낙원 회장이 설립했으며 현재는 장남인 전필립 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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