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학원 학내분규에 질려서…” 현대百 ‘3년 공들인 인수’ 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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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직후 수시간만에 돌연 포기 선언

현대백화점그룹이 21일 임시이사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충북 청주의 서원학원 인수를 돌연 포기했다. 현대백화점의 인수 포기는 이날 오전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 발표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와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날 오후 서원학원 이사회에 보낸 ‘경영참여 포기 결정 통보의 건’ 공문에서 “학교 구성원들이 현재의 임시 이사 체제 및 진행 중인 정상화 절차 자체를 부정하는 등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더는 서원학원의 경영참여 의사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포기 의사를 밝혔다. 또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그룹이 학교 인수에서 물러나는 것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학원 정상화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서원학원 인수를 최종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기획조정본부 부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3년간 단 하루도 (서원학원의) 내부 구성원 간 갈등이 끊이질 않았다”며 “중재자로서 학내 갈등을 해결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갈등의 당사자로 지목되는 등 그룹도 많이 지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이 부사장은 “(학원 인수가) 본업인 유통업을 하는 그룹 이미지에 악영향만 미칠 것 같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서원학원 인수 배경에 대해 “청주에 백화점 출점을 검토 중이던 2008년 서원대 측으로부터 투자 요청을 받았고, 당시 육영사업 의지가 있었던 터라 사회공헌 일환으로 투자를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산하에 서원대와 5개 중고교가 있는 서원학원은 1992년 강모 이사장이 부도를 내고 미국으로 도피하면서 파행으로 운영됐다. 이후 관선 이사 체제로 운영되다 1996년 새 재단을 영입했지만 이 재단의 최모 이사장마저 교비를 횡령한 뒤 해외로 도피했다. 1999년 관선 이사가 파견됐으며 2003년 말 박모 이사장이 법인을 인수했다. 그러나 박 이사장이 재단 영입 당시의 부채 해결 약속을 지키지 않자 교수회와 학생회 등은 2008년부터 재단 퇴진 운동을 벌여왔고 지금까지 교수들 사이에 업무방해 등 고소전이 벌어지고 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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