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옥 영남대의료원장(62·사진)은 병원에서 ‘어머니’로 통한다. 직원과의 ‘소통’에 애쓰면서 생긴 별명이다. 취임 9개월째. 그는 매일 사무실 곳곳을 수시로 찾아간다. 차 한잔 마시며 나누는 대화는 일상적일 수 있지만 의료원장이 마음을 쓰고 있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물론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다보면 애로사항이나 건의가 나올 때도 있다. 그는 “소통을 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긴다”며 “직원들이 경영 방침을 잘 이해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하 의료원장은 ‘행복한 직장’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자 경영 철학이다.
하 의료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 때부터 관심을 모았다. 개원 이래 첫 여성이라는 점 때문이다. 별도 취임식을 생략한 사실도 이야깃거리가 됐다. 의료원장이 바뀌는 것은 내부 행사라고 생각한 그는 거창하게 취임식을 하고 싶지 않았다. 월례회 인사말로 취임 신고식을 대신했다. 하 의료원장은 당시 직원들에게 ‘머슴’이 되겠다고 했다. 맡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봉사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줬다.
병원을 내 집처럼 생각하고 한 푼이라도 아끼는 일은 습관이 됐다. 우선 회식문화를 없앴다. 도시락 세미나는 하 의료원장 취임 후 도입됐다. 세미나가 끝나면 으레 술을 마시는 회식이 있었지만 이제 거의 사라졌다. 하 의료원장은 관용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 전등도 반쪽만 켜져 있다. 단 몇만 원이라도 허투루 쓰지 말자는 것. 하 의료원장의 솔선수범이 직원들에게 전해지면서 낭비 행태도 개선되고 있다.
하 의료원장은 영남대의료원 제2의 도약기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을 가지 않고도 양질의 진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계획들을 하나씩 추진 중이다. 우선 7월 500억 원 규모의 ‘호흡기질환전문센터’를 착공한다. 2013년에는 본관 병동도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암 치료 전문병원으로의 변신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전체 병원 환자 중 30%가량이 암 환자”라며 “지역민들을 위해 진료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최첨단 암 치료기기를 도입한다. 방사선 치료는 물론이고 암 치료까지 동시에 가능한 이 장비는 가격만 무려 약 90억 원이다.
이와 함께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암센터도 새로 구축한다. 얼마 전에는 대구 W병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아시아지역에서 처음으로 팔 이식 수술을 연구하고 있다. 하 의료원장은 “팔 이식 수술은 성형, 정신, 재활의료 등의 모든 진료과목의 협진으로 이뤄지는 의료 예술”이라며 “성공하면 일본보다 앞선 사례로 지역 의료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민들이 사랑하는 병원이 되도록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 의료원장은 1983년 영남대 의대 교수로 부임해 소아청소년과 주임교수 및 임상과장, 부속병원 부원장, 의과대학장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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