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산정의 적정성을 따져보겠다는 감사원의 감사 계획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례가 없다 보니 감사 방식과 대상, 기준을 놓고 감사원 내부에서도 세부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대학들은 벌써부터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 대학판 ‘원가 공개’ 논란
감사원은 부실 대학을 중심으로 감사 대상을 우선 선정한 뒤 순차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다음 달 4일 202개 대학을 대상으로 시작하는 사전 서면조사부터 강도 높게 추진할 방침이다.
대학 등록금은 △대학의 운영비 인건비 사업비 증감률 △지난해 등록금 △다른 대학의 등록금 수준 △물가인상률 등을 고려해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산정한다. 기업 제품의 최종 판매가격이 원가와 차이가 나듯이 등록금 액수가 정해지기까지는 여러 수치를 대입한 수많은 방정식이 작용한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감사원이 등록금 대비 교육비 환원율부터 따져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립대 적립금의 적절성 여부와 정부 지원금의 사용 명세, 장학금 실적 등도 기본적으로 따져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대학의 브랜드 이미지가 등록금에 미치는 영향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 수치상으로 따지기 어려운 요인들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있다. 대학 규모와 학생 수 등이 비슷한 경우 대학의 ‘이름값’에 따라 다른 등록금의 적정성은 어떻게 판단하느냐 하는 것이다.
학과마다 등록금 차이가 나는 부분도 변수다. 의대나 공대처럼 등록금이 다른 과에 비해 높은 경우 실습비 같은 비용 외에 교수진의 몸값 같은 무형의 가치도 판단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 등록금 인하 유도할 수 있을까
이번 감사 결과가 등록금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떨어뜨릴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감사원 관계자는 “과거 석유가격을 떨어뜨려 보라는 지시를 받고 정유사들의 석유가격 산정 적정성에 대해 감사를 벌였을 때와 비슷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당 지출, 불합리한 비용 등을 찾아내 가격의 거품을 제거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공개하면 대학들이 여론의 압력 속에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과거 감사 결과를 통해 공기업 사장들이 턱없이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자연스럽게 그 액수가 줄어든 적이 있다는 것이다.
감사에서 확보된 통계자료들은 정치권과 정부의 등록금 인하 정책에 사용돼 대학 구조조정 추진에도 속도를 내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부실 대학은 국가보조금 삭감 등 정책적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대학들이 등록금과 관련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연간 4조 원에 이르는 정부의 대학지원금이 결국 국민 세금이라는 점에서도 적정성을 판단할 수치를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록금대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이영선 한림대 총장은 “조만간 대교협 차원의 유감 표명이 있을 것”이라며 “대학들에 많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 일괄 감사하는 것은 대학 자율성뿐 아니라 대학의 존재 이유를 훼손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등록금 대비 교육비 환원율 ::
대학이 등록금을 받아 교육을 위해 얼마나 지출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총교육비를 전체 등록금 수입으로 나눈 값. 주로 학자금 대출 한도 대학을 결정할 때 등 부실 대학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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