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멸종위기 토종벌 증식 ‘효소 보약’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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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뇌삼 등 18가지 발효시켜
대피-번식공간 확보도 한몫

‘보약 덕분에….’

토종벌 멸종위기를 겪다 첫 증식에 성공한 전남 구례지역의 한봉(韓蜂) 농가에서 토종벌에 공급한 보약이 화제다.

▶본보 11일자 A12면 참조
멸종위기 토종벌 구례서 첫 증식성공


이 지역 한봉 생산 농민 고인상 씨(42) 등 4명은 올 2월부터 4개월간 토종벌에게 건강보조식품을 첨가한 보약을 먹였다. 보약은 바로 장뇌삼 인삼 하수오 더덕 도라지 쑥 뽕잎 녹차 머위대 등 18개 재료를 발효시킨 효소.

고 씨 등이 보약 효소를 토종벌에게 먹이는 것은 토종벌 폐사로 한봉 생산 기반이 전멸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토종벌 괴질로 불리는 ‘낭충봉화부패병’이 돌면서 산과 들에서 토종벌을 보기 힘들게 됐다. 예방약으로 티몰이, 소독약으로 이산화염소를 제시됐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 전국 토종벌 대피 번식공간(종 보전 사업장) 30여 곳이 거의 낭충봉화부패병에 감염됐고 앞으로 3, 4년 동안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에 멸종위기 우려까지 일었다.

그러던 중 고 씨 등은 지리산에서 50년 넘게 토종벌을 키워온 선배 농민들에게서 토종벌 면역력을 높이는 보약 비법을 들었다.

고 씨 등은 벌이 직접 인삼 등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18개 재료로 만든 효소를 구입해 토종벌에게 먹였다. 이것이 효과가 있자 지난달부터는 직접 재료를 사 효소를 만들기 위한 발효작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정성으로 다행히 구례지역에서는 전국 처음으로 멸종위기인 토종벌의 증식에 성공할 수 있었다.

토종벌 보전에 희망 불씨를 지핀 것은 보약 효소 외에 토종벌 대피번식 공간을 운영한 것도 한몫했다. 고 씨 등은 전남 보성군 고흥군 등 낭충봉화부패병 청정지역으로 피신을 가 온갖 정성으로 토종벌을 키웠다.

이성희 한봉협회 감사(55)는 “고 씨 등 농민 4명이 증식에 성공했지만 안타깝게도 한 명이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2차 증식을 포기했다”며 “장마, 무더위 등 어려움이 산적해있지만 반드시 우리 토종벌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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