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反부패 선언]삼성, 계열사 - 협력업체 작년부터 샅샅이 훑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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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부정부패 삼성 전체에 퍼져… 다른 단체도 똑같아”

“부하직원을 닦달해서 부정 시키는게 제일나빠”… 대대적 문책인사 예고

삼성그룹이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SDS 삼성카드 삼성테크윈 에스원 등 최소한 계열사 8곳에 대해 광범위한 감사를 벌여 각종 비리를 적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은 계열사는 물론이고 1, 2차 협력업체까지 샅샅이 뒤져 최근 1년간의 부당행위 등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 유형은 횡령부터 향응 수수, 협력회사에 대한 부당행위, 근태 관리 부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삼성테크윈에서 부정부패가 우연히 나와서 그렇지 삼성그룹 전체에 퍼져 있는 것 같다. 남의 다른 단체 이야기하기가 미안하지만 다른 데도 똑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작심한 듯 기자들에게 먼저 다가와 “물어보라”고 한 뒤 비판을 쏟아냈다. 부정부패의 유형을 묻는 질문에 “향응도 있고 뇌물도 있지만 제일 나쁜 건 부하직원을 닦달해서 부정을 시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회장이 연달아 삼성의 부정과 비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지난해부터 누적된 각 계열사의 감사 결과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이후 최근까지 집중적으로 전자와 금융, 건설 부문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 또는 계열사별 경영진단을 벌였다. 삼성은 공식적으로는 “최근의 경영진단은 일상적인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조사를 받은 쪽에서는 “기존 감사와는 수준이 달랐다”고 말했다. 감사인력이 평소보다 두세 배 투입돼 지방 공장까지 훑었고 저인망식으로 협력업체를 탐문해 계약서와 결제내용을 통해 계열사의 비리를 역추적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비리의 행태가 악질적이고, 과거 감사에서 적발된 문제가 재발한 계열사 서너 곳을 집중 타깃으로 삼아 엄중한 문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삼성테크윈은 2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김철교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부사장을 새 사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삼성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 임원을 지내 감사업무에 정통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삼성테크윈은 임원 10명 안팎과 직원 80여 명이 징계 예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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