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00억원대 손실 본 SK 최태원 회장, 차명계좌로 선물투자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계열사 전현직 임원 명의
국세청 “실명제 위반”… 검찰에 수사의뢰 검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00억 원대의 손실을 본 선물(先物)투자를 하면서 SK그룹 계열사의 전·현직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사용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국세청은 최 회장이 2007∼2008년 초 선물투자를 할 당시 SK텔레콤 상무 출신으로 창업투자회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인 김준홍 씨(45)와 SK그룹 계열사의 고문이었던 K 씨(50)의 계좌를 사용한 사실을 파악했다.

국세청은 최 회장이 전현직 SK 임원들의 계좌를 빌려 선물거래를 한 것이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라고 보고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최 회장이 선물투자 때 자기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지 않은 데에 조세 회피 목적이 있었는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준홍 씨는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금융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98년 SK그룹에 입사해 3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한 최 회장의 측근이다. 또 무속인 출신인 K 씨는 최 회장에게 선물투자를 권유한 인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씨는 최근 글로웍스 대표 박성훈 씨(구속)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2009년 6월 박 씨와 원금을 보장받는 조건의 이면계약을 맺고 글로웍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50억 원어치를 매입한 뒤 두 달 만에 되팔아 124억 원의 부당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는 것.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곧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글로웍스 투자금 50억 원의 출처가 어디인지 등을 조사한 뒤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김 씨가 2006년 9월 설립한 베넥스인베스트먼트가 중소 창투사에 불과한데도 SK그룹에서 1800억여 원이란 거액을 투자받은 뒤 수백억 원의 손실을 본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SK그룹 9개 계열사는 2007년 2월∼2008년 12월 베넥스인베스트먼트가 설정해 운용한 10개의 벤처펀드에 1800억여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들 펀드는 최근까지 수백억 원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검찰은 SK 계열사들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거액을 투자했다 손실을 본 시기가 최 회장의 선물투자 시기와 겹친다는 점에 주목하고 두 사건의 연관성 유무도 따져볼 계획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