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대공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구제역으로 소-돼지 350만마리 매몰… 배고픈 모기들, 가축대신 사람 겨냥

전국을 휩쓴 구제역으로 가축 수가 줄어들면서 말라리아가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26일 “구제역으로 모기의 먹잇감이던 소와 돼지가 감소해 배고픈 모기가 사람에게 달려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말라리아는 주로 5월부터 11월까지 나타난다.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면 생긴다.

말라리아 원충은 주로 가축의 핏 속에 들어 있다. 동물은 모기에 물려도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지만 말라리아 확산의 매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작년에 말라리아 환자가 많이 생긴 위험지역은 대부분 구제역이 발생해 가축을 묻은 곳이다. 22개 위험 지역(잠재위험 지역 포함) 중 인천 중구, 옹진군 등 4곳을 제외한 18개 지역에서 구제역 발생으로 가축 수가 줄었다.

통계청의 가축 동향 조사에 따르면 구제역 발생 후 3개월 만에 전국의 한우·육우는 1.4%, 젖소는 7.9%, 돼지는 28.8% 줄었다. 3월 말 기준으로 소 15만 마리, 돼지 330만 마리가 매몰됐는데 이 중 220만 마리가 경기 인천 강원지역에 묻혔다.

일부에서는 먹잇감이 없어진 모기가 번식하지 못해 오히려 말라리아가 줄어들지 모른다고 예상한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 감염내과 전문의는 “모기 암컷이 산란을 하려고 사람이나 동물을 무는데 동물 수가 적으면 개체 증가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라리아 전문가인 박재원 가천의과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모기는 종족 번식 본능에 따라 어떻게든 사람이나 동물을 물려고 할 것”이라며 “가축 수 감소로 모기가 줄어들기보다는 사람을 물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북한의 방역체계가 허술한 점도 문제다. 지난해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1772명으로 2008년(1052명), 2009년(1345명)에 이어 계속 늘었다. 후진국 감염병으로 알려진 말라리아가 한국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북한에서 제대로 방역을 하지 않기 때문.

게다가 북한도 한국과 가까운 강원도 북쪽 지역과 황해북도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박 교수는 “모기가 바람을 타고 수 km를 내려오는 것은 흔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구제역 발생 지역의 말라리아 방역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위험 지역 주민과 군부대에도 철저한 예방 활동을 당부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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