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퇴근길에 텃밭 들러서 물주는 기쁨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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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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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텃밭 아닌 도시텃밭 인기

서울 강동구 둔촌동 도시텃밭을 찾은 강경훈 씨 가족이 지난달 초 분양받은 밭에서 자라
고 있는 채소를 12일 오후 살펴보고 있다. 이날 강 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부인 원선호 씨(오른쪽)가 아이들을 품에 안은 채 상추를 만지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서울 강동구 둔촌동 도시텃밭을 찾은 강경훈 씨 가족이 지난달 초 분양받은 밭에서 자라 고 있는 채소를 12일 오후 살펴보고 있다. 이날 강 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부인 원선호 씨(오른쪽)가 아이들을 품에 안은 채 상추를 만지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불과 30분 만에 분양하려고 내놓은 875개 구역이 다 나갈 정도였죠.”

따뜻한 봄기운을 받으며 자라는 채소가 텃밭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22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만들어진 ‘친환경 도시텃밭’을 찾았다. 지난달 초 텃밭을 분양할 당시 5000여 명이 동시에 접속해 순식간에 분양이 끝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는 관계자의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 ‘도시 농부’ 동참 열기

강동구 관계자는 평일 오후에도 구민이 텃밭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평일인 12일 휴가를 내고 가족의 손을 잡고 나온 직장인부터 어머니와 함께 나온 시각장애인, 그리고 어린이집 아이까지 다양한 ‘도시 농부’가 땀을 흘리며 16.9㎡(약 5.1평) 크기의 텃밭에서 채소를 가꿨다. 태어날 때부터 1급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신진희 양(16)은 이날 어머니와 함께 자신의 이름으로 분양받은 텃밭을 찾았다. 신 양은 자신이 직접 기른 상추와 열무가 얼마나 자랐는지 손으로 꼼꼼히 만져봤다. 신 양은 “지금 밭을 가꾸며 흙을 만지는 느낌을 잘 기억하고 싶다”며 “나중에 심리상담사가 돼 사람 내면의 ‘마음의 돌’을 골라내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신 양의 텃밭 옆에 있는 ‘은이찬이밭’에도 한가족이 모여 앉아 있었다. 강경훈 씨(33)는 두 살배기 아들 래찬이와 세 살짜리 딸 영은이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강 씨는 “평소 아파트 놀이터에서도 흙을 만져보지 않았던 아이들이 직접 상추를 심고 쑥갓과 아욱을 가꾸는 것이 가장 큰 공부”라고 말했다.

○ 2020년까지 1가구 1텃밭 목표

강동구는 전국에서 최초로 친환경 도시농업 조례를 제정해 친환경 도시텃밭 만들기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에는 친환경 도시텃밭을 분양하고 낙엽퇴비장을 만들었다. 강동구 상일동에 새로 생긴 낙엽퇴비장 덕분에 매년 3억6000여만 원에 이르는 소각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강동구는 이달 둔촌동 암사동 고덕동 강일동에 1만4787㎡(약 4480평) 규모의 도시텃밭을 구민에게 분양했다. 단순히 텃밭만 분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채소 씨앗과 모종을 무료로 제공했다. 또 지렁이의 배설물과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활용해 텃밭을 친환경으로 만들고 있다.

비용도 크게 들지 않아 구민에게 인기가 높다. 보통 서울 근교의 주말농장 1계좌(약 17㎡)가 1년 기한으로 10만 원 정도에 분양되지만 강동구는 5만 원이다. 농기구는 무료다. 구청 관계자는 “주말에만 들르는 가족도 많지만 퇴근길에 잠깐 들러 물을 주고 가는 직장인도 꽤 많다”고 귀띔했다.

강동구는 2020년까지 아파트 발코니에서 키울 수 있는 상자텃밭 등을 꾸준히 보급해 집집마다 텃밭 하나씩 갖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내 다른 자치구에서도 도시텃밭 가꾸기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도봉구 종로구 양천구 송파구도 지역 특색에 맞는 텃밭을 개장해 시민들이 직접 채소를 기를 수 있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23일 상자텃밭 5000개를 나눠주며 도시텃밭 열풍을 이어갔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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