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 강국이 선진국이다]<3>예측이 힘든 폭설과 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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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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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파? 온난화로 ‘북극질서’ 무너져
일상한파! 한반도 겨울 더 센 눈폭탄 예고

올 2월 11일 동해안에 쏟아진 ‘눈 폭탄’으로 강원 강릉과 동해, 삼척 등에서 도로가 전면 통제되고 주택 지붕이 무너지는 등 대규모 피해가 속출했다. 강릉에는 이날 77.7cm의 눈이 내려 1911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강원지역뿐만이 아니다. 1월 3일 경북 포항에서는 69년 만에 폭설기록(일일 적설량 28.7cm)이 경신됐다. 2월 14일 부산도 1904년 기상관측 이래 8번째로 많은 눈(6.8cm)이 내렸다.

○ ‘눈 폭탄’ 커지고 한파는 길어지고

기상 전문가들은 “폭설 등 겨울철 재해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1일 동아일보가 전국 기상관측소 89곳의 적설량 순위를 분석한 결과 ‘일일 최대 적설량’ 1위가 2000년대 이후 발생한 곳은 서울 대전 울산 강화 경주 영덕 등 35곳(39.3%)이나 됐다. 서울은 지난해 1월 4일 일일 적설량이 25.8cm로 관측을 시작한 1937년 이래 최대였다. 부산은 일일 최대 적설량 1위(2005년 3월 5일·29.5cm), 4위(2001년 1월 13일·12.4cm), 5위(2005년 3월 6일·11.9cm)가 모두 2000년대 이후 발생했다. 대전도 일일 최대 적설량 1위(2004년 3월 5일·27cm), 2위(2001년 1월 7일·25.2cm)가 2000년 이후였다.

한파도 거세지는 눈발 못지않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의 평균기온(영하 4.4도)은 1981년(영하 4.5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았다. 1월 서울지역 평균 최고기온(영하 3.4도)은 1963년에 이어 48년 만에 최저였다. 부산지역 아침 최저기온(영하 12.8도)은 1915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 ‘북극진동 영향’으로 한파와 폭설 거셀 듯

‘독해진’ 한파와 폭설의 원인은 ‘지구온난화’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지난해 전 세계 1∼10월 평균기온(14.73도)은 전 지구적 기온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구 기온이 따뜻해진다는 것은 에너지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에너지가 늘어나면 공기 온도가 높아져 수증기를 머금는 능력이 커진다. 그만큼 폭설 등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북극의 온난화’가 겨울철 재해의 주범으로 부각되고 있다. 북극지역이 추울수록 북극 상공의 공기 회전이 빨라져 북극 내 한기가 공기의 소용돌이 속에 갇히게 된다. 이 때문에 찬 공기가 북반부 중위도로 내려올 수 없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극진동(북극 내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주기적으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 약화됐다. 이에 따라 북극의 찬 공기가 회오리에서 빠져나와 북반구 중위도로 내려오는 현상이 2년 연속 발생했다. 정준석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북극진동의 영향은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눈은 짧은 시간에 더 많이 내리고 기온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겨울철 재해 피해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과 녹색성장위원회가 만든 ‘2010 이상기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파와 폭설로 비닐하우스 1333동, 인삼재배시설 223ha(약 67만4500평)가 파손됐다. 동해 오징어 어획량도 전년 대비 50% 감소했다. 폭설로 차량, 선박, 항공 등 운송수단이 마비되는 등 약 2조4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 시나리오별 대책 마련해야

방재 전문가들은 “겨울철 재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한파의 경우 동파 피해 예방, 야외활동 자제, 심장마비 조심 등 일상에서 개인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 반면 짧은 기간 재해가 집중되는 폭설은 정부 차원의 예산 마련과 설비 보완 등이 필수란 지적이 나온다. 서상덕 소방방재청 방재대책과장은 “서울 강원지역 등은 폭설 재해 등에 대한 대비가 비교적 잘돼 있지만 눈이 잘 안 오는 부산 등 남부지방은 ‘폭설 대비 매뉴얼’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가 피해를 키웠다”며 “2월 폭설 당시 포항시가 보유한 제설차량은 달랑 2대”라고 말했다. 기상이변으로 향후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평소 눈 걱정이 없던 지방자치단체도 중앙정부와 함께 겨울철 재해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겨울철 재해의 강도가 세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 창원시의 경우 2월 폭설 시 마산만 바닷물을 퍼올려 제설작업을 벌였다. 바닷물은 염분이 많아 염화칼슘 못지않은 효과를 발휘했다. 인천대교 등에는 폭설 시 자동으로 염수를 뿌리는 ‘자동염수 분사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이재규 강릉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극한기후 시나리오를 만들어 상황별로 대처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폭설-한파 예보 강화하려면
극한기후 관측 레이더 조기 도입 여론

2월 14일 부산 일대에는 대설주의보 기준(일일 적설량 5cm)을 넘는 약 7cm의 눈이 내렸다. 하지만 당시 부산기상청은 눈이 오기 직전인 이날 오전 5시 40분에야 ‘오전 9시를 기해 대설주의보를 발효한다’고 발표했다. 보통 대설주의보가 발효되기 하루 전에 ‘대설예비특보’가 내려진다. 이날 폭설 피해는 인재(人災)도 겹쳤다는 의미다.

겨울철 기상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후 방재능력 못지않게 이상기후 예보능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기상청은 일반 날씨는 비교적 정확히 예보하면서도 정작 정확성이 필요한 폭설 등 기상재해 예보에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기상청이 2008년부터 2010년 8월까지 폭설 등 기상상황이 특보 기준에 도달했는데도 특보를 발표하지 않은 경우가 194건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폭설 등 겨울철 재해에 대한 국가 예보 능력이 집중적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폭설은 예보하기가 가장 어려운 반면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구름 속 수증기가 비로 내리면 5mm 정도에 그치지만 눈이 되면 부피가 10배가량 늘어 대설주의보 기준인 5cm 이상으로 땅에 쌓이게 된다. 하지만 대기상태, 기온 등 기상상황이 워낙 가변적이다 보니 구름 속 수증기가 얼마나 눈으로 내릴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한상옥 재해기상연구센터장은 “현재 지상관측 시스템이 12km 간격으로 설치돼 관측하지만 그 사이로 갑자기 폭설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급작스러운 폭설을 예보하려면 지상뿐만 아니라 바다 관측 등 다양한 관측 장비로 대기를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편파 레이더’를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중편파 레이더란 한 가지 전파만 이용하는 일반 레이더와 달리 구름에 수평과 수직 레이더 파를 동시에 쏴 구름 속 물방울 형태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비 눈 우박 등의 형태를 구분하는 장비다. ‘극한기상지수(Extreme Forecast Index)’ 연구개발도 시급하다는 평가다. 극한기상지수란 기압 기온 습기 바람 등 각 기상상황이 급격히 변할 가능성을 개별 항목으로 파악한 후 이를 지수화하는 것. 지수 값이 클수록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유럽 중기예보센터에서 ‘극한기상지수’를 만들어 시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만큼 예보, 즉 포캐스팅(forecasting) 못지않게 ‘현재 상황’을 뜻하는 나우캐스팅(nowcasting)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운전 중 폭설 대처요령
차에 스노체인 준비… 제설차 방해 않게 갓길 주차는 금물


가족과 함께 자가용을 타고 이동 중인 상황에서 갑작스레 폭설이 내린다면?

기상이변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실제 올 2월 11일부터 쏟아진 폭설로 국도 7호선(강원 삼척시∼양양군 구간)에 차량 250여 대가 18시간 이상 고립돼 450명이 추위 속에서 고통과 배고픔을 겪어야 했다.

겨울철이 되면 운전자 스스로 폭설 등 기상 재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 ‘설마, 우리 가족에게’라는 식으로 치부하지 말고 미리 체인 모래주머니 삽 등 겨울 재해 대비용 안전 장구를 차 안에 비치한다.

겨울철에 지방 등으로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출발 전 기상정보와 목적지까지 우회도로를 미리 파악해둬야 한다. 식음료 등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좋다. 만약 급작스러운 폭설로 국도에서 순식간에 고립되거나 눈 속에서 차가 고장이 났을 경우 당황하지 말고 차량 안에서 대기하면서 라디오나 휴대전화 재난문자방송 등으로 교통상황과 기상상태를 우선 파악한다.

수시로 차량 밖으로 나가 차 주변의 눈을 치워 배기관(머플러)이 막히지 않도록 해야 길이 뚫렸을 때 차량 출발이 수월하다. 제설작업 차량이나 구급차의 진입을 위해 갓길에 주차하지 않는 것은 기본. 고립이 길어질 경우 가족 모두 동시에 잠을 자지 말고 교대로 자면서 주위 상황을 계속 살핀다. 부득이 차량을 이탈할 때는 연락처와 키를 남겨둔 채 대피한다.

도움말=소방방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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