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 강국이 선진국이다]<2>거세진 태풍과 집중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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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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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심해져 태풍에너지 급팽창… ‘슈퍼급’ 가능성 커져

‘루사, 매미, 나리….’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을 강타한 태풍은 이전 태풍보다 크고 강력했다. 태풍 때문에 일어나는 인명과 재산 피해도 예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발생한 대형 태풍이 내뿜는 에너지가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1만 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 갈수록 커지는 태풍 피해

2002년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루사’는 강원 강릉지역에 870.5mm의 비를 쏟아 부어 국내 기상 관측 사상 하루 기준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2003년에 온 태풍 ‘매미’는 제주에 초속 60m의 강풍을 몰고 왔다. 순간최대풍속 기준으로 역대 1위였다. 2007년 태풍 ‘나리’도 제주지역에 집중호우를 뿌려 물난리가 났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1980년대 8467억 원, 1990년대 2조2093억 원 규모였던 10년 단위 태풍 피해는 2000년대 들어 최근 10년간 9조9289억 원으로 증가했다. 20년 사이에 11.7배로 는 것. 특히 2002년 루사는 역대 최대인 5조8000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김태룡 기상청 태풍센터장은 “태풍은 한국에서 발생하는 자연 재해 중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기상현상”이라며 “기후모델에 따라 분석한 결과 태풍 발생빈도는 줄지만 큰 태풍의 발생은 되레 늘 것으로 예측됐다”고 말했다.

● 지구 온난화… 슈퍼 태풍 위협

태풍의 에너지원은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다. 이 때문에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과 수증기량 증가는 더욱 강력한 태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기상청이 1904년부터 2100년까지 한반도 기후변화를 분석한 ‘한반도 기후 100년의 변화와 미래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0년간 한반도 평균 기온의 상승치는 1.5도로 지구 평균(0.6도)보다 배 이상 컸다. 21세기 말까지 더욱 빠르게 상승해 6.5도 정도 더 올라가 평균 기온이 20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100년 뒤엔 한반도 중심인 서울지역의 기온이 현재 서귀포의 기온과 비슷해진다는 얘기다. 이처럼 온난화가 심화되면 한국도 머지않아 ‘슈퍼 태풍’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기상학자들은 경고한다.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초토화시킨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세력을 키우게 된 것도 해수면 온도 상승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카트리나는 발생 초기에는 작은 규모였으나 수온이 높은 멕시코 만을 통과하면서 ‘슈퍼 태풍’급으로 변했다.

한국은 ‘슈퍼 태풍’이라는 명칭을 아직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분당 평균 풍속이 초속 67m를 넘으면 ‘슈퍼 태풍’으로 부른다. 슈퍼 태풍은 강한 바람과 함께 하루 1000mm 이상의 폭우를 동반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에서는 매미와 루사가 슈퍼 태풍에 근접한 위력을 보였다.

● 사후 복구보다는 사전 예방체계 구축해야

방재전문가들은 이상 기후 등으로 예측하기 힘든 대규모 재난의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재난 대비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계현 인하대 지리정보공학과 교수는 “선진 재난대응체계를 갖춘 선진국을 본받아 우리의 부족한 점을 효율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해 예방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일본의 재해 예방 예산은 국가예산의 3%지만 한국은 1.5%에 불과하다. 실제 2003년 태풍 매미가 한국에 상륙했을 때 태풍 강도가 초속 41m로 140명이 숨지고 6조7000억 원의 복구비가 들어갔다. 반면 매미가 초속 54m의 속도로 일본에 상륙했을 때 발생한 피해는 사망 1명, 중상 1명, 피해액은 530억 원에 불과했다.

이재율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관은 “과거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은 1997∼2006년 자연재해에 따른 재산 피해는 연평균 1조9654억 원인 반면 복구비는 연평균 3조1000억 원이었다”며 “복구비용이 피해 규모의 1.5배였다는 점에서 사후 복구보다는 사전 예방 위주의 투자를 늘리는 것이 피해를 줄이고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상주권’ 회복한 천리안위성 ▼
세계 7번째 독자위성 본격 가동… 비상시 8분간격 정보확보 가능


#. (2011년 7월) 5일 적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이 북상하기 시작했다. 열대성 저기압은 북상하면서 태풍급으로 세력이 커졌다. 천리안 위성은 즉각 한반도 주변 기상 정보를 국가기상위성센터로 보냈다. 외국 위성이 30분 간격으로 전송했던 위험기상 정보가 8분 간격으로 실시간 전송된 덕분에 태풍 피해는 과거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

천리안이 올여름부터 가져다줄 혜택을 미리 살펴본 것이다. 예전에는 태풍이 오면 일본위성(MTSAT)이 30분에 한 번씩 보내주는 자료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진다.

천리안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독자 기상위성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천리안이 이달 1일부터 정규 운영을 시작함에 따라 평시 15분, 위험기상(태풍)의 경우 8분 간격으로 정보 확보가 가능해졌다. 또 황사 집중호우 폭설, 태풍 등 한반도 주변의 돌발적인 기상 변화를 더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위험 기상도 조기에 탐지할 수 있게 됐다.

천리안 위성이 보내는 기상 영상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를 비롯한 32개국에서도 수신이 가능하다. 관행에 따라 기상정보는 무료로 제공된다. 단, 정보를 활용하려면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천리안 위성 운영을 통해 그동안 선진국으로부터 받았던 도움을 다른 나라에 갚아줄 수 있게 됐다”며 “기상주권을 회복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천리안으로 관측한 기상영상은 충북 진천에 위치한 국가기상위성센터에서 수신 처리 분석돼 기상예보뿐 아니라 재난안전 관련 기관과 민간예보사업자 언론사 연구기관 학교 등에 제공된다. 일반인도 기상청 홈페이지(www.kma.go.kr)에 들어가면 천리안이 촬영한 실시간 기상영상을 볼 수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태풍발생시 행동요령
평소 의약품 생필품 등 준비… 집 비울 땐 가스밸브 잠가야


소방방재청과 기상청은 태풍이 오기 전부터 각종 정보를 알고 있어야 태풍 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선 태풍이 오기 전에 신문이나 TV 등 매스컴을 통해 태풍 진로와 도달 시간을 미리 숙지하는 것이 좋다. 태풍 특보가 내려지면 침수나 붕괴 우려가 있는 주택에 사는 주민은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특히 지대가 낮은 곳이나 상습 침수지역 거주자는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부터 미리 인근 긴급 대피소로 이동해야 한다. 산 아래 사는 사람도 태풍으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미리 평지로 대피한다. 이를 위해 집 주위 대피소 위치나 연락처를 미리 알아야 한다.

평소에 각종 의약품이나 생필품 손전등 양초 등을 준비하는 게 좋다. 태풍이 밤에 들이닥쳐 대피가 어렵거나 고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피하기 위해 집을 비울 때는 수도와 가스밸브를 잠그고 전기차단기를 내려 폭발이나 화재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고층 아파트나 대형 건물은 강풍에 유리창이 파손될 수 있는 만큼 테이프 등으로 창문을 단단히 고정시키는 것이 좋다.

대피할 때는 건물 간판 밑이나 전신주 가로등 비탈면 인근을 피해서 이동해야 한다. 전선이나 송전 철탑 등의 설비가 고장 나거나 넘어진 것이 보이면 최대한 주변을 돌아서 가야 한다. 대피소에 도착하기 전에 천둥과 번개가 심하게 치면 일단 주변의 튼튼한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 안전하다.

도움말=소방방재청, 기상청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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