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과학고 출신이… 침통한 KAIST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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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휴학 후 자택서 투신… 두달새 2명 잇달아 자살

올 1월 성적 문제 등으로 고민하던 전문계 고교 출신 KAIST 학생이 자살한 데 이어 이번엔 성적이 비교적 우수했던 과학고 출신 KAIST 학생이 자살했다. 올해 들어 두 달여 사이 학생 2명이 잇달아 자살하자 대책을 마련 중이던 KAIST가 또다시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21일 KAIST와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 35분경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 앞 화단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KAIST 2학년생 김모 씨(19·휴학 중)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 방 안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부모님에게 죄송하다. 동생한테 미안하다. 쓰던 물건은 동생한테 주세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고 당일 김 씨 부모는 서울로 외출 중이었다. 여동생도 김 씨에게 점심을 차려주고 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한 자살 이유나 동기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1학년 평점이 3.15로 성적이 좋았다. KAIST는 평점 3.0 미만인 학생에게는 수업료 일부 또는 전부를 내도록 하고 있지만 그 이상인 학생에게는 수업료를 면제하고 있다. 김 씨는 K과학고 출신으로 최근까지 강의를 듣다가 16일 돌연 휴학했다. KAIST 관계자는 “건강상 이유라며 휴학을 신청했지만 무척 밝아 보였다”고 전했다.

김 씨의 블로그에는 “사실 상황 판단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 실수였는데 말입니다. 누군가를 깔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나를 밟고 올라선 분들을 축복해 주어야 하지만 그분이 올라서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고….” 등 분명치는 않지만 여러 가지 고민을 해온 것을 암시하는 글이 많이 올라 있다. 김 씨의 친구들은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 “공부도 잘하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이며 성격도 활발해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던 친구의 명복을 빌어 달라”는 글을 올렸다. 또 “더는 이런 슬픈 일이 그만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두 명이나 우리 곁을 떠나다니 마음이 아프네요” 등의 댓글도 붙었다.

이에 앞서 KAIST는 지난해 학교장 추천 전형을 통해 입학한 전문계고 출신 조모 씨(19)가 1월 8일 성적과 여자친구 문제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승섭 학생처장은 “조 씨 사건 이후 신입생들의 대학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새내기 지원실을 신설하는 한편 기존 4명이던 상담센터 인력을 6명으로 증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며 “좀 더 정확한 경위를 파악한 뒤 후속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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