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절도행각 ‘일기’로 썼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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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추가범행 드러나 구속

최근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황모 씨(41·무직)에게는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일기는 아니었다. 바로 ‘절도 노트’.

황 씨는 물건을 훔칠 때마다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일기에 적었다.

“회사에 입사한 지 3개월 만에 회사 물품 절도죄로 해고됐다. 망신을 당하고서도 여전히 난 백화점에서 작은 액세서리를 훔치고 서점에서 책과 필기구를 훔치며 살고 있다….”

“괜히 작은 것을 비싸게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진다.”

“어디에 가든 뭔가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 이것이 도둑으로 변하는 과정일까.”

절도 노트에는 그가 훔친 물건 명세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물품도 수저나 잡지 등 사소한 물건부터 컴퓨터 외장하드디스크, 수련용 일본도 가검(假劍)까지 다양했다.

황 씨는 2일 훔친 물건을 팔기 위해 서울 용산 전자상가를 찾았다가 수상하게 여긴 상인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황 씨가 다른 도난 사건과 연계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집을 압수수색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기가 발견됐다.

이 일기장을 근거로 경찰은 황 씨가 지난달 초부터 이달 초까지 모두 250만 원어치 물건을 훔친 사실을 밝혀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구속된 황 씨가 정신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치료감호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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