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변호사 개업 축하 글 신풍속도 “적당히 번성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소송 독식해 오해사지 말라” 의미

‘개업을 축하합니다. 번성하세요. 적당히.’

최근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 앞 법조타운에 변호사 사무실을 연 한 전직 검사 A 씨(37)가 받은 격려금 봉투에 적힌 문구다. 이 문구는 이날 개업식에 참석한 B 변호사(51)가 쓴 것. 그는 “새롭게 출발하는 후배에게 열심히 소송을 맡되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뜻에서 ‘적당히’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법정관리회사에 대한 파행 인사와 특정 변호사와의 유착 의혹으로 불거진 ‘선재성 전 광주지법 파산부 수석부장판사 사태’가 광주지역 법조계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너무 잘나가면 총 맞는다”는 인사말이 유행이다. 판사들은 아예 입을 다물었다. 관련 진정사건을 내사 중인 검찰도 변호사나 판사와의 만남을 기피하고 있다. 광주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선 전 부장판사가 사법연수원으로 떠난 마당에 누구라 할 것 없이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일조회’(一曹會·광주일고 출신 법조인 모임) 문제가 보도되자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 속에 “‘일고 대 비(非)일고’ 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것 또한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지역 한 변호사는 “요즘 지역 법조계 세태를 보면 선배도 후배도 없는 ‘이전투구(泥田鬪狗)’ 형국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라며 “이번 사건이 절제와 화합의 씨앗으로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법조계 분위기가 냉랭해지면서 광주지법 관내에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 80여 곳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판사들이 융통성 없이 업무를 처리하면 기업회생 절차가 까다로워져 회사를 되살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