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입학식은 오후 7시부터··· “천천히 둘러보고 급식도 맛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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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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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정고 야간 입학식 도입

부산 신정고는 2일 오후 7시부터 ‘야간 입학식’을 열었다. 입학식에는 400여명의 신입생 가족이 참여했다. 사진은 입학 공연을 관람하는 학부모들(위)과 입학식 전 진행된 학교 급식 시식회 모습(아래).
부산 신정고는 2일 오후 7시부터 ‘야간 입학식’을 열었다. 입학식에는 400여명의 신입생 가족이 참여했다. 사진은 입학 공연을 관람하는 학부모들(위)과 입학식 전 진행된 학교 급식 시식회 모습(아래).
《“입학 축하해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만화 주제곡 메들리’ 불러 드릴게요!” 2일 오후 7시 반, 부산 신정고 강당에서는 입학 축하 음악회가 한창이었다. 부산지역 대학생들로 이뤄진 ‘삼손 중창단’의 재기발랄한 노래에 맞춰 신입생, 재학생 800여 명과 학부모 및 가족 400여명의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중창단이 ‘개구리 소년’을 부르면 학생들은 목청 높여 “빰빠밤!” 하고 후렴구를 불렀다. 손을 높이 들어 박수를 보내는 학부모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일반적인 고교 입학식은 오전에 간단한 행사를 하고 담임을 소개받아 2, 3교시부터 수업을 진행한다. 이런 입학식은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의 참여가 대체로 어렵다.

부산 신정고는 2일 신입생이 수업을 마치는 오후 7시부터 입학식을 진행했다. 이번 ‘야간 입학식’은 △지역 음악단이 참여하는 입학 축하 음악회 △학교 소개 손수제작물(UCC) 상영회 △신입생 선서 △학교장 입학식사 등으로 진행됐다. 입학식 전 오후 6시에는 학교를 찾은 신입생 가족에게 학교 급식을 제공했다.

이 학교 강영길 교장은 “개교 3년을 맞아 전 학년이 구성된 것을 기념해 음악회, 급식 시식회와 함께하는 입학식을 만들고자 했다”면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학교라 궁금증이 많을 것 같아 많은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저녁시간에 입학식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해의 2배가 넘는 학부모가 참석했다. 입학식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아버지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신입생은 269명이었지만 400명이 넘는 가족들이 모였다. 급식 시식회, 음악회와 함께 진행된 입학식은 온 가족 축제와 같았다.

○ 아버지 찾아 ‘V’자 그리는 딸보니 울컥

올해 신정고에 입학한 딸을 둔 김두호 씨(43)는 지금까지 자녀의 초등학교, 중학교 입학식에 많이 참석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학교 행사가 평일 오전 시간에 진행돼 직장에서 빠져나와 참석하기에는 부담이 컸기 때문.

김 씨는 식장에서 뒤를 돌아보며 자신을 찾는 딸을 발견했다. 눈이 마주치자 딸은 김 씨를 향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해맑게 웃었다. 김 씨는 “입학식이 늦게 열려 오후 6시에 일을 끝내고 와도 충분했다”면서 “지금까지 딸의 학교생활이 궁금했지만 잘 알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학교도 구경하고 딸의 입학도 축하해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입학식에는 신입생보다 더 많은 학부모가 참석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등 대규모 가족 단위로 입학식에 온 경우도 많았다. 특히 저녁시간에 여유롭게 입학식에 참석한 아버지들은 학교 시설과 자녀의 교실까지 꼼꼼히 살폈다. 학부모 전민호 씨(49)는 “사실 자녀가 다니는 학교를 아버지들이 방문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여유로운 저녁시간에 학교 시설과 교실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초등 1학년인 막내딸 한예진 양(7)의 손을 잡고 둘째 아들의 입학식에 참석한 한정길 씨(48)는 현재 부산 신곡중 교사로 재직 중이다.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다 보니 정작 자신의 자녀들의 입학식, 졸업식은 잘 챙겨주지 못했던 한 씨. 그는 “오전에 진행된 막내의 초등학교 입학식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아들의 입학은 직접 축하해 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 교장은 “오전에 입학식을 열면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가 참석하지 못해 소외감을 느낀 학생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부모가 학교에 와서 입학을 축하해주면 학생들도 자신감을 갖고 학교생활에 충실히 임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 함께 급식 먹고 음악회 참여… 입학식 아닌 축제로

“우리 손자가 좋아하는 반찬이네.” “급식 시설이 굉장히 깨끗하고 좋다∼.”

입학식 한 시간 전인 오후 6시부터는 학부모에게 급식이 제공됐다. 퇴근한 뒤 곧바로 입학식을 보러 온 신입생 가족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뜻이다. 더불어 자녀의 식생활을 걱정하는 학부모에게 학교 급식을 체험해 볼 기회를 제공한 것.

이날 급식 메뉴는 기장밥, 쇠고기콩나물국, 고등어무조림, 잡채, 시금치무침, 배추김치, 귤. 일반 고교의 평소 급식과 다름없었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나간 급식실에서 식판을 들고 식사를 배급받았다. 남편과 함께 자녀의 입학식에 참여한 장연정 씨(49·여)는 “남편이 퇴근한 뒤 함께 학교에 와서 급식을 먹었다”면서 “앞으로도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 주고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식사가 제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후 7시부터 강당에서 입학 축하 음악회가 진행됐다. 강 교장은 “늦은 시간에 가족들이 모이므로 평소 접하기 힘든 음악 공연을 통해 기억에 남는 하루를 만들어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학교 교사들로 이뤄진 핸드벨 연주 팀, 교사와 전공자들이 모인 피아노 4중주, 대학생으로 이뤄진 중창단 등이 공연에 참여했다. 지난해까지 신정고에서 근무한 명영아 음악 교사도 피아노 연주를 맡았다. 명 교사는 “입학식에서 음악을 들려주면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흔쾌히 연주를 맡았다”면서 “고등학교 후배들과 함께 겨울방학부터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입학한 1학년 이해든 양(16)은 “핸드벨 공연, 중창단 공연이 흥겹고 재미있었다”면서 “부모님과 함께 음악회를 보고 많은 분께 입학 축하를 받으니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각오도 생겼다”고 말했다.

부산=유명진 기자 ymj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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