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출수 오염된 지하수 먹으면 어떻게 될까

  • Array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복통 설사 구토증상… 정화하거나 끓여 먹어야

전국에 퍼져 있는 4200여 곳의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서 유출될 수 있는 침출수가 큰 환경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몰된 가축에 있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출수를 통해 지하수로 흘러들어 가면 사람에게 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침출수에 대한 궁금증을 살펴봤다.

Q. ‘침출수’란 무엇인가.


A.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에 걸린 가축을 묻은 매몰지 안에서 사체가 분해되며 나오는 썩은 물과 핏물 등이 합쳐진 액체 상태의 오염물질이다. 음식 쓰레기가 썩으면서 나오는 물과 비슷하며 역한 냄새를 동반한다. 침출수에는 대장균이나 장바이러스 같은 병원성 미생물과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등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침출수에서 패혈증을 유발하는 탄저균이 발견됐다는 해외 사례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가능성이 적다. 강신영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탄저병이 발생한 지 10년이 넘는다”며 “그동안 탄저균으로 발병한 사례가 없어 그리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Q. 침출수는 어떻게 생성되나.


A. 소 돼지 등 대부분의 동물은 몸무게의 70% 정도가 물로 이뤄져 있다. 물은 몸을 이루는 세포마다 포함됐고 혈액과 체액의 주요 구성성분이다. 가축의 사체가 부패해 세포나 혈관 등이 파괴되면 수분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 만약 무게가 600kg인 소 100마리를 매몰했다면 이론적으로는 4만2000L(마리당 420L) 정도의 물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미생물이 살기 좋고 기체가 녹기 쉬운 물은 병원균과 유독가스가 이동하는 매개체가 된다. 정규식 경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봄이 되면 겨울보다 부패가 빨라져 침출수가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Q. 침출수에 포함되는 병원성 미생물은 무엇이며 어떻게 유입되나.


A. 침출수에는 설사병이나 장염을 일으키는 대장균과 살모넬라균 등 해로운 미생물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소나 돼지의 장(腸)이나 장 속 배설물(분변)에 서식한다. 강 교수는 “분변 1g에는 병원균과 바이러스를 포함해 1억 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매몰된 가축에서는 미생물이 대량 번식하기 쉽다. 사체가 부패하며 발생하는 열과 가스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섭취할 수 있는 영양분도 많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소는 내장에서 발생한 가스로 사체가 부풀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배를 갈라 묻었기 때문에 병원성 미생물이 쉽게 사체 밖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Q. 침출수는 인체에 얼마나 위험한가.


A. 침출수에 포함된 대장균 중에는 설사와 복통을 일으키는 데 치명적인 종도 있을 수 있다. ‘O-157’ 대장균에 감염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며 가축에게 설사병을 일으키는 ‘K88’ 대장균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에게 치명적이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흔한 살모넬라균은 복통, 설사, 구토 증상을 일으킨다. 병원성 미생물과 달리 침출수에 섞인 유독가스는 악취만 날 뿐 직접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유독가스 대부분은 가스유도관을 통해 지면으로 배출되고 침출수에 녹아 들어간 유독가스는 미량이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Q. 침출수는 어떻게 이동하며 식수는 안전한가.


A. 사체가 땅에 묻히면 일주일 정도 지난 뒤부터 침출수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한 달가량 지나면 침출수가 축적돼 매몰 공간 밖으로 나올 만한 양이 되지만 매몰 과정에서 구덩이 바닥의 이중 비닐막이 찢어지면 더 이른 시기에 지하수로 유입될 수 있다. 또한 비가 내려 대량의 물이 매몰지로 유입되면 이 물에 침출수가 섞여 지하수나 인근 하천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한강 팔당호 등 상수원으로 침출수가 흘러들어가도 수돗물은 여러 단계의 정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거의 인체에 해를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지하수를 그대로 사용할 때는 별도의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아 병원성 미생물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Q. 구제역 매몰지에서 재배한 작물은 먹어도 안전한가.


A. 침출수로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작물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다. 침출수에 함유된 유기물은 토양의 자정능력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씻어 먹으면 큰 문제가 없다는 지적과 일부 병원성 미생물은 작물에 들어갈 경우 끓여 먹어도 감염될 수 있다는 지적이 엇갈린다. 인근 토양에 스며든 침출수는 최대 10년 이상 영향을 미친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르면 매몰 뒤 3년이 지나면 토지를 다른 용도로 이용할 수 있지만 5, 6년 뒤에도 가축 사체가 완전히 썩지 않고 남아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Q. 매몰지 주변에서 침출수 유출에 대응하는 요령은….


A: 주변 30m 안에 매몰지가 있고 그 안에 하천이나 지하수원이 있다면 수질 오염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금이라도 냄새가 나거나 꺼림칙할 때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 오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지하수라도 100도 이상에서 끓여 마시면 큰 위험이 없다. 대부분의 미생물은 온도가 높아지면 죽기 때문이다. 가령 구제역 바이러스는 70도에서 15초만 노출돼도 사멸한다. 어패류나 유기농 채소도 익혀 먹는 게 좋다. 오염된 물로 씻은 식기나 음식물은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된다. 다만 수돗물은 안전하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세균은 정수과정에서 걸러지거나 염소 소독에 의해 대부분 사멸되기 때문에 수돗물을 통한 집단 발병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침출수 유입 어떻게 막나” 4가지 방법은 ▼


경기도가 팔당호 및 하천 주변 구제역 가축 매몰지 286곳에서 2주에 한 차례씩 침출수를 뽑아 17개 가축분뇨처리시설을 통해 폐수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매몰지에 빨대를 꽂아 빨아내는 식이다. 이들 시설의 하루 처리용량은 2580t이다. 침출수 양이 많을 경우 35개 일반분뇨처리시설과 292개 공공하수처리시설도 활용하기로 했다. 침출수가 지하수나 상수원으로 유입되는 것을 사전에 막아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침출수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커지면서 과학자들도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15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구제역 매몰현장 환경영향대책마련 토론회’에서는 전문가 6, 7명이 모여 침출수로 오염된 지하수를 정화할 방법을 논의했다. 토론회에서는 ‘반응벽 설치’와 ‘양수처리법’이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책으로 꼽혔다.

반응벽은 톱밥 크기의 작은 철을 촘촘히 채워 만든 ‘정수 필터’다. 반응벽을 지하수가 흐르는 지하 3∼5m에 설치하면 하천의 모래 같은 역할을 해 물을 깨끗하게 한다. 철은 물과 산소를 만나면 녹슬면서 특정 물질(OH-)을 만든다. 이 물질은 침출수에 있는 해로운 세균의 세포벽을 망가뜨려 멸균작용을 한다. KIST 환경본부 물환경센터 이승학 선임연구원은 “지하수는 보통 하루에 30cm 정도 흐르기 때문에 반응벽을 1m 두께로만 만들어도 3일 동안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수처리법은 침출수로 오염된 지하수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깨끗이 한 다음 다시 지하로 넣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기존 하수처리장에서 사용하던 자외선과 전자빔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화효과가 뛰어나다. 지하수를 다시 넣는 이유는 지하수를 퍼내 수위가 낮아지면 물 부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좁은 범위에서 정수효과가 뛰어난 양수처리법이 현 상황에서 가장 알맞은 처리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차단벽 설치’와 ‘화학물질 직접 주입법’도 있지만 효과는 비교적 떨어진다는 평이다. 오염된 지하수의 흐름을 막는 차단벽은 보통 지하 3∼5m에서 흐르는 지하수가 스며들지 않는 지하 10∼15m 암반층까지 닿도록 설치해야 효과가 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차단벽 설치는 오염된 지하수의 흐름을 늦출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침출수가 고여 있는 곳에 관을 넣어 화학물질을 주입하는 방법도 침출수를 직접 처리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선임연구원은 “침출수가 고여 있는 곳을 정확히 찾기 어렵고 화학물질이 토양 미생물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