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부른 12년 전의 부부싸움…‘살인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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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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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에 숨진 50대 여성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힌 남편 이모(50)씨가 15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 압송돼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12년 전에 숨진 50대 여성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힌 남편 이모(50)씨가 15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 압송돼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1999년 6월19일 밤 11시 경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이모(51)씨의 집.

다음날 용산구 후암동의 한 다세대주택 1층 단칸방으로 이사할 예정이었던 이 씨는 이사 문제로 아내 윤모(당시 39세)씨와 심하게 말다툼을 벌였다.

새 방을 구했으니 그쪽으로 가자는 이 씨에게 아내는 '이사 가지 않겠다'며 완강히 반대했다. 그러자 참다못한 이 씨는 부엌에 있던 흉기를 들어 우발적으로 윤 씨의 목을 찔렀다.

숨진 아내를 본 이 씨는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부인의 시신을 가로·세로 50cm, 높이 1m 크기의 종이 상자에 담고는 흰색 비닐로 10겹 이상 닥치는 대로 둘러싸 밀봉했다.

다음날 아침이 밝자 이 씨는 부인의 시신을 이삿짐인 것처럼 가장해 후암동 새 집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에게 '아내는 병원에 있다'고 둘러댔다. 이사한 이후 이 씨는 딸을 놔둔 채 가출해 한 달에 2~4회 정도만 집에 들렀다.

당시 여덟 살이던 딸 이모(20)양은 2~3평 남짓한 이 단칸방에서 시신이 담긴 상자와 함께 12년간이나 생활했다.

어느덧 성년이 된 이 양은 지난 12일 밤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이삿짐을 나르면서 '비극의 상자'에 얽힌 비밀을 발견하게 됐다.

상자가 지나치게 무거운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양과 그의 친구가 상자를 뜯어보기 시작했고, 이상한 냄새가 나자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 파출소에 신고한 것이다.

이 양은 경찰에서 "옛날부터 아버지 짐으로만 생각해 시신이 있는 줄 몰랐다. 어렸을 때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아버지가 상자를 테이프로 밀봉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는 이 양의 진술에 따라 이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행방을 추적, 경기도 부천에 있는 지인의 집에 은신해 있던 그를 15일 오전 검거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하고 "숨진 부인과 딸에게 미안해 시신을 가지고 있었다. 영원히 시신을 보관하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 부녀와 같은 건물에 사는 한 이웃은 "이씨는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아 집세가 밀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게 부끄러워 집에 찾아오지 못한 적이 있을 정도로 여린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살해 방법과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뒤 이 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이날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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