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심의委 첫해부터 ‘삐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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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 없어 유명무실… 대학-학생 곳곳서 충돌
사립대선 일방적 인상… 개학후 분규 잇따를 듯

이번 주부터 대학의 등록금 납부가 시작되면서 등록금 인상 또는 동결 문제를 둘러싼 학교 측과 학생 사이의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대학 내에 등록금 인상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설치가 의무화된 첫해지만 각 대학의 등심위가 삐걱거리면서 학생과 학교 측의 등록금 갈등은 예년보다 되레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이런 갈등은 대부분 동결을 선언한 국공립대와는 달리 서울지역의 주요 사립대에서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 유명무실 등심위 비난

정부는 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올해부터 대학별로 등록금 적정 인상안을 심의하는 등심위 설치를 의무화했다. 학교와 학생,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등심위는 적정 등록금을 사전 논의하고 이를 학교 측에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의결권이 없는 심의기구인 데다 그나마 학교 측이 외부인사를 선임해 논의 자체가 대학 주도로 흐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대는 7일 5차 등심위를 개최했지만 의견 차만 확인한 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고려대는 이날 등록금을 2.9% 인상하는 시안을 신입생에게 통보하고 등록을 받기 시작했다. 신입생은 9일까지 인상안대로 등록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총학생회가 이에 강력 반발하면서 고려대 등심위는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생 측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등심위에서) 합의를 못했다고 (계속) 신입생 등록을 미룰 수도 없지 않냐”고 말했다.

○ 학내 분규 잇따를 듯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인상안 통보를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동국대 총학생회는 “학교가 등심위를 파행적으로 구성하고 자문기구로서의 역할만을 강조하며 인상(4.9%)을 확정한 것에 반대한다”며 8일 등록금 동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권기홍 총학생회장(23·법학과 4학년)은 “단과대 학생회와 회의를 거쳐 등록금을 동결해 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지만 학교가 일방적으로 인상안을 고지했다”며 “앞으로 반대 투쟁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강대도 지난달 31일 3차 등심위를 열어 2.9% 인상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날 등심위에는 학부생 대표가 등심위 구성을 문제 삼으며 참여하지 않았다. 학생회 측은 “개강 직후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등심위가 의결권 없이 권고만 하다 보니 서로 간의 의견 차를 좁히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관계자는 “등심위는 말 그대로 등록금 안을 심의하는 곳이므로 반드시 결정사항을 따를 필요는 없다”며 “하지만 현재 등록금 인상 여부를 결정한 대학들의 경우도 등심위에서 낸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등록금 인상률을 결정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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