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2004년 옵션거래로 200억대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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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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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주가조작혐의 도이체방크 2004년 유사사례로 최근 유죄 판결

지난해 11월 11일 주식시장을 뒤흔든 ‘옵션쇼크’의 주범으로 지목된 도이체방크가 국내에서 또 다른 주가조작 사건으로 최근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 국내에서 주가조작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순한 주가조작이 아닌 파생상품 거래와 연계된 주가조작이 유죄로 인정된 것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이 지난해 옵션쇼크 사건을 비롯해 검찰이 수사 중인 여러 건의 파생상품 주가조작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주가조작으로 국내 첫 징역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한창)는 지난달 28일 도이체방크 홍콩법인의 전 한국 담당이사 손모 씨가 한미은행 주가를 조작했다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손 씨는 2003년 4월 대한전선의 자금팀장으로부터 한미은행 주식 285만9370주를 주당 7930원(약 226억원)에 사들이면서 향후 1년간 주가 수준에 따라 그 차액을 보상한다는 옵션계약을 맺었다.

▼ ‘또다른 주가조작’ 유죄 판결 ▼
글로벌 IB로는 국내서 처음


계약 기간에 한 번이라도 한미은행의 주가가 약속한 주가(1만5784원)를 넘게 되면 도이체방크가 대한전선 측에 7억 원을, 넘지 않으면 최대 224억 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 2004년 2월 19일 한미은행 주가가 1만5784원에 근접하게 되자 손 씨는 장 마감 1분을 남긴 동시호가 시간대에 한미은행 주식 93만 주를 1만5800원에 사겠다는 주문을 냈고 일부 체결되면서 주가는 1만5800원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도이체방크는 대한전선에 224억 원 대신 7억 원만 줬고 주가조작으로 2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피했다.

재판부는 손 씨가 주식 매수가 정상적인 헤지거래(위험회피)라고 주장했지만 헤지거래의 의도가 일부 있었다고 할지라도 주가조작의 의도도 들어 있기 때문에 유죄라고 판단했다. 2008년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생상품 가격 결정일에 이익을 볼 수 있는 세력이 갑자기 대량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는다면 비정상적인 거래로 판단한다는 판례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은행 주가조작 사건과 지난해 11월의 옵션쇼크 사건은 특정 종목이 아닌 지수를 흔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파생상품과 연계된 주가조작이라는 점에서 매우 흡사하다.

○ 11·11 옵션쇼크 사건에도 큰 영향 미칠 듯


금융감독 당국은 23일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어 옵션쇼크 사건과 관련해 도이체방크 홍콩법인은 시세조종 혐의로, 한국 도이치증권은 내부자거래(선행매매) 혐의로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할 예정이다. 세계 74개국에 진출해 있고 자산 규모만 약 3000조 원인 세계적 명성의 도이체방크가 국내에서 잇달아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됨으로써 명성에 큰 손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1일 옵션만기일에 도이체방크 홍콩법인은 한국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2조30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장 마감 10분을 남기고 내다팔아 종합주가지수를 무려 53.12포인트 떨어뜨리고,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내는 풋옵션 계약을 통해 400억∼500억 원대의 부당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도이체방크 홍콩법인의 당일 거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총 10억 원대의 비정상적인 풋옵션 거래물량을 파악했다”며 “한국 도이치증권도 e메일 등을 통해 사전에 주식 대량 매도 정보를 알고 풋옵션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이체방크 홍콩법인은 ‘전략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정당한 헤지거래’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도이치증권 관계자는 “e메일을 받은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반드시 내부자거래에 해당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옵션거래 ::


미래 일정 시점에서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것. 살 권리는 콜옵션, 팔 권리는 풋옵션이라 부른다. 콜옵션의 경우 삼성전자 주가가 오늘 100만 원이라고 할 때 3개월 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 A 씨는 ‘3개월 뒤 주식을 100만 원에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1만 원에 산다. 3개월 뒤 실제 주가가 105만 원이 됐다면 A 씨는 4만 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 실제 주가가 95만 원이라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1만 원을 손해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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