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多産상징 토끼 키우며 복도 키워요”

  • 동아일보

■ 수도권 유일 애완 토끼농장의 ‘신묘년 맞이’

토끼와 함께 12년을 보낸 박명숙 씨는 “토끼처럼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새해 덕담을 전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토끼와 함께 12년을 보낸 박명숙 씨는 “토끼처럼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새해 덕담을 전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12년째 토끼를 기르다 보니 이젠 토끼가 자식 같아요.”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사릉리 ‘푸른토끼 농장’. 66m2(약 20평) 남짓한 비닐하우스 안에는 280마리의 토끼가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곳은 수도권 지역 내 유일한 애완토끼 농장. 최근 이곳은 신묘년(辛卯年) 새해를 맞아 토끼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 토끼해에 시작해 다시 토끼해 맞다


농장주 박명숙 씨(60)가 토끼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2년 전인 1999년. 공교롭게도 그해 역시 토끼해였다. 동생과 함께 시골 낚시터로 놀러 간 박 씨는 근처 뒷산에서 뛰어노는 토끼 한 쌍을 발견했다. “엄마 토끼를 졸졸 따라다니는 작은 흰토끼가 너무 귀여워 잊을 수 없었다”는 자신처럼 토끼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애완용 토끼 농장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흐른 시간이 무려 12년. 박 씨는 “오랜 기간 함께하다 보니 이제는 280마리 모두 자식 같은 느낌”고 말했다.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은 토끼 수요층의 증가. 과거엔 주로 20대 초중반, 특히 혼자 사는 여대생 혹은 직장 여성들이 애완용으로 토끼를 많이 사 갔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혼부부나 자녀가 없는 사람들이 농장을 주로 찾고 있다. “강아지보다 온순하고 여느 동물보다 영리해 말을 잘 듣기 때문”이라는 것이 박 씨의 설명. 강아지 대용으로 기르기 편한 ‘롭이어’(귀가 큰 토끼)나 털이 잘 빠지지 않는 ‘렉스’ 등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한다. 박 씨는 “농장에서 사 간 손님들이 토끼가 새끼 낳았다고 전화해 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 신묘년 토끼는 눈 속에 살고 있었다


토끼는 다산(多産)과 부부애의 상징. 평균 한 달 정도 임신 기간을 거쳐 한 번에 보통 2∼6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롭이어, 작은 체구의 ‘드워프’, ‘렉스’, ‘더치’ 등 농장에 있는 토끼들은 1년에 평균 4, 5번 번식한다.

건초를 주로 먹는 토끼는 수명이 7, 8년 정도.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농장 풍경이지만 토끼들은 새해부터 구제역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토끼는 우제류(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가 아니어서 구제역에 감염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근처 소와 돼지 등 우제류 동물 농장이 많아 토끼 사료 운반차가 한 달째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박 씨는 “농장에 가두어 기르다 보니 토끼들 운동이 부족한 게 걱정”이라며 “새끼 낳고 수유 기간에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엄마 토끼들에게는 칡, 아카시아 잎, 고구마 잎 등 ‘특식’을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몸집 큰 ‘자이언트 토끼’로 전시 행사를 하려는 은행 백화점 등 기업체들이 농장을 많이 찾는다. 강원 정선, 태백 등의 스키장과 야외 전시장으로 나가는 토끼들은 농장 밖에서 추위 적응 훈련을 받으며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

박 씨는 “올해가 흰토끼해라 그런지 하얀 털을 가진 토끼를 사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평화를 상징하는 토끼를 보면서 모두 평화로운 마음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했다.

남양주=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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