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 가혹행위 특별점검]“지휘관 1명에 대원 40명… 관리 한계”

  • 동아일보

■ 전의경 관리 지휘관들 고충

전·의경을 관리하는 지휘관(경찰관)들은 최근 잇따라 벌어진 전·의경 구타 및 가혹행위에 대해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관리 인원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지역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A 전경중대장은 27일 “소대장 한 명이 30∼40명의 대원을 관리하고 있다”며 “1인당 관리 대상자가 너무 많아 소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대원 사이의 권력관계나 가혹행위 같은 문제점을 다 알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서의 B 전경중대장도 “적응을 잘 못하는 몇몇 대원이 주로 가혹행위의 피해자가 되곤 하는데 우리도 솔직히 한두 대원을 24시간 관리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일선 서의 C 방범순찰대장은 “가혹행위는 보통 입대 후 첫 6개월 내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가혹행위 사고가 벌어지면 늘 지휘요원에게 책임을 물으니 항상 불안에 떨며 지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나이든 경찰관이 젊은 전·의경의 속사정이나 고민까지 다 이해하긴 힘들다”며 ‘세대차’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전·의경 제도 자체의 구조적 문제란 지적도 나왔다. D 방범순찰대장은 “모두 주거지와 가까운 곳으로 배치해 출퇴근을 시킨다든지, 동기로만 구성된 부대로 바꾸든지 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근무환경은 바꾸지 않으면서 무조건 지휘요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면 가혹행위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휘요원은 26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특별점검에 대해 반발하기도 했다. E 방범순찰대장은 “강북의 모 전경중대에서는 집 근처로 전출을 보내준다는 말에 현혹돼 가혹행위 사실을 과장해서 부대로 복귀하지 않은 신입대원도 있다고 하더라”며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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