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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엘리베이터 고장 15층 임산부, 계단 내려오다 “지금 아기가…”

입력 2011-01-17 03:00업데이트 2011-01-17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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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9층 이웃 현관문이 열렸다…혹한속 옥외분만 위기 모면
10년 만에 가장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 15일 오후 11시 56분경 광주 시내 A아파트 105동 15층에 사는 산모 B 씨(37)는 광주 119종합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곧 출산할 것 같아 도움을 요청한 것. 박정숙 소방교(34·여) 등 광주동림119안전센터 소속 구급대원 3명이 긴급 출동했다.

강추위에 눈까지 내려 일부 도로는 이미 빙판길로 변한 상황이었다. 구급대원들은 행여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119구급차에 분만 준비까지 모두 마쳤다. B 씨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아파트 1층에서 혹한에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난 것을 알게 됐다. 하는 수 없이 비상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박 소방교 등은 13층 계단에서 남편과 함께 내려오던 B 씨를 만났다. 이후 함께 부축하고 9층까지 내려온 순간 B 씨는 “아이가 지금 막 나오고 있다”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쩔 수 없이 9층 엘리베이터 출입구에서 분만을 해야 할 긴박한 순간이었다.

그때 이웃주민인 50대 주부 C 씨가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현관문을 열어 이들을 자기 집으로 안내했다. 당시 광주지역은 영하 10.4도에 칼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7도까지 떨어졌다.

박 소방교 등이 B 씨를 따듯한 실내로 옮긴 직후인 16일 0시 11분경 체중 3.2kg의 건강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C 씨는 자신의 딸이 아이를 낳은 듯 기뻐하며 수건과 이불을 갖다 줬다.

박 소방교는 “혹한 추위에 엘리베이터까지 고장이 나 조금만 더 지체했다면 산모 B 씨와 신생아 모두가 위험할 뻔했다”며 “이웃주민 C 씨의 한파를 녹인 소박한 배려가 새 생명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또 “기록적 한파 등 각종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가 세상을 희망차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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