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공사비 떼인 영세건설업자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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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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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건설업체가 영세업자들에게 갖가지 횡포를 부리는데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이게 공정사회입니까.”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한 대형 영화관 공사에 참여했던 영세 하도급업체들이 공사비 체납으로 중견건설업체 S건업 홍모 회장을 연이어 고소했다. 홍 회장은 2003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침대 밑에 현금 70억 원의 비자금을 쌓아뒀다 걸려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

29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S건업은 2007년 4월 영화관 내부마감공사를 S사에 17억 원에 발주했다. S사는 공사 일부를 다시 디자인전문 I사에 하도급을 줬다. I사는 6개월 뒤 공사를 완료했지만 S사는 공사대금 8억2000만 원 중 절반만 지급했다. I사 최모 대표는 S건업이 S사에 줘야 할 잔금이 2억 원가량 있는 것을 확인하고 2008년 5월 법원에 이 돈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그러나 S건업과 S사 모두 ‘가압류 결정 하루 전날 17억 원이 아닌 15억 원어치 공사만 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S사 대신 N사와 2억 원어치의 공사에 대한 신규 계약을 맺은 만큼 더는 최 대표에게 줄 돈이 없다는 게 S건업의 주장이다. 최 대표는 “친구 사이인 홍 회장과 S사의 실질적 대표 전모 씨가 돈을 안 주려고 공모한 것”이라며 경찰에 두 사람을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했다.

N사도 “S건업과 계약한 적 없다”고 증언하면서 최 대표 주장에 힘을 보탰다. N사 이모 대표는 “전 씨가 밀린 공사비를 주겠다며 백지 세금계산서를 달라고 했는데 어느새 S건업과 계약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S건업의 형사처벌을 원한다며 23일 강남경찰서에 홍 회장과 전 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소했다. S건업의 “전 씨를 통해 이 대표의 도장이 찍힌 계약서를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올해 10월 최 씨의 고소에 대해 홍 회장과 전 씨를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 씨가 N사를 이용해 S건업으로부터 2억 원을 받아낸 사실은 시인했다”며 “다만 그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게 아니고 공사 목적으로만 사용한 것이 확인돼 형사법상 죄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도 같은 이유로 이들을 불기소했다. 하지만 이런 피해자는 I사와 N사뿐만이 아니다. S건업에 카펫을 납품한 T사도 4000만 원을 받지 못해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T사 대표는 “3년 만에 승소했지만 S건업이 공탁금을 걸어놓고 항소를 해 진을 빼고 있다”며 “편법으로 영세업체를 울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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