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쉴 곳 없는 관광버스 전용주자창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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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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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버스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전용주차장 운영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27일 경복궁 옆 자전거도로에 관광버스가 주차하고 있는 모습.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관광버스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전용주차장 운영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27일 경복궁 옆 자전거도로에 관광버스가 주차하고 있는 모습.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옆 삼청동길. 왕복 4차로 도로의 바깥쪽으로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줄잡아 30대 안팎의 관광버스가 붉은색 자전거도로를 ‘점령’하고 있었다. 모두 경복궁과 국립민속박물관에 단체 관광객을 태우고 온 버스였다. 관광객이 내린 뒤 주차할 곳이 없어 이렇게 길가에 세워놓은 것이다. 최대 40대의 버스를 세울 수 있는 경복궁 지상주차장에는 늘 ‘만차’ 표지판이 붙어 있다.

그래서 나타난 현상이 ‘밀어내기’ 주차다. 주차장에 있던 버스가 한 대씩 밖으로 나가면 길가에 서 있던 버스가 차례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관광버스 운전사는 앞차의 움직임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시동을 걸어놓은 채 대기해야 한다. 관광버스 운전 경력 27년인 유모 씨(64)는 “불법주차인 줄은 알지만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경복궁관리소나 경찰도 현장 정리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갈 곳 없는 관광버스

올 9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650만 명. 올해 말에는 9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삼청동길 주차 현실에서 보듯이 가장 기본적인 교통 인프라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경복궁 사정은 나은 편이다. 숭례문이나 남산, 명동 등 서울시내 주요 관광지나 쇼핑가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관광객을 내려놓은 버스는 시내 곳곳에 불법 주차를 감행했다가 적발되기 일쑤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1일 관광버스 주차 수요는 약 500면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도심에 관광버스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은 청와대와 경복궁 내 44면, 신촌역 광장 8면, 종로 탑골공원 3면, 장충동 자유센터 3면, 을지로1가 롯데백화점 내 30면 등 모두 95면에 불과한 실정이다. 어림잡아 400대 안팎의 관광버스가 갈 곳을 못 찾아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 관광업계나 버스 운전사는 관광지 주변의 승용차 주차장만이라도 버스 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서울 지역 교통여건상 쉽지 않은 실정이다.

○ 서울시 특별대책 추진

서울시는 관광버스 주차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단계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기존 공영주차장 가운데 일부를 관광버스 전용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표적인 곳이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뒤편 적선동 노외주차장. 내년 4월까지 관광버스 전용으로 리모델링을 마치고 약 30대를 수용할 예정이다.

기존 도로 중 통행량이 적은 곳을 관광버스 주차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남산 소월길 중 백범광장 앞 도로 한쪽을 주차장으로 지정할 경우 약 30면을 확보할 수 있다. 을지로6가 국립중앙의료원 인근 도로, 신문로 광화문오피시아 빌딩 뒷길 등도 관광버스 주차가 가능한 곳이다. 장기적으로는 도심 지하에 관광버스용 주차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광화문 열린시민마당, 남산 예장자락, 종로구 청운동 경기상업고 운동장 등의 지하에 주차장을 신설하면 각각 30∼40대를 수용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해 이른 시일 내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덕영 서울시 주차계획과장은 “앞으로 3, 4년 내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을 최대 300면까지 확보해 주차 수요를 감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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